시집『애란愛蘭』1998

<시> 보춘화

洪 海 里 2005. 12. 12. 05:20



보춘화報春花

- 애란愛蘭

洪 海 里

 

2월이 오면
너에게서 말씀 하나가 서네

불안한, 불가해한, 불가사의한, 세상
네 속으로 들어가
머물 별 하나 찾아보네

참, 오래 기다렸다
지난해 무덥던 삼복 중에 너를 만나
멀리도 왔구나, 난아

모랫바람길 가는 낙타처럼
면벽하고 있는 수도승처럼
더 비울 것 없어 홀가분한 선비처럼

생각과 생각 사이를 뛰어넘어
말과 말 사이에 와 있다
이제 그것도 필요 없는 시간

귀 맑게 트이고
눈도 그렇게 트이도록
네 앞에 조용히 앉았느니

서두르지 말자, 이제
촛불을 꺼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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