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애란愛蘭』1998

<시> 수분

洪 海 里 2005. 12. 12. 05:23
수분受粉
- 愛蘭
홍해리(洪海里)
 

1
눈독만 들이다 끝이 난다면
얼마나 슬픈 아름다움이랴

네 잎을 따서
이렇게 살겠노라고
펄펄 끓는 피로
유서를 쓰듯, 유서를 쓰듯

무작정 가슴에 불을 붙이면
여명의 하늘에 비쳐오는
아름다운 죄
한평생 품고 살아갈 형벌

털어보면 모두 먼지뿐인
하늘 아래 세상일지라도
눈독만 들이다 끝낸다면
얼마나 아름다우랴 하루 하루가.

2
눈독만 들이다 끝낼 수 있다면
얼마나 슬프도록 아름다우랴만

네 잎을 따서
이렇게 살았노라고
다 식어버린 피로
유서를 쓰듯, 유서를 쓰듯

무작정 가슴에 불을 밝히면
저무는 하늘에 어리는
아름다운 죄
한평생 품고 사는 형벌

털어보면 다 먼지뿐인
하늘 아래 세상
눈독만 들이다 끝낼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우랴 순간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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