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애란愛蘭』1998

<시> 오막살이집 한 채

洪 海 里 2005. 12. 12. 05:24
오막살이집 한 채
- 愛蘭
홍해리(洪海里)
 

가만히 들여다보면
집 한 채 보인다
빛의 뼈와 물의 살로 이룬,

적멸의 하늘 아래
초록빛 등 하나
고승과 동자승
면벽을 하고 있다

풍경도 울지 않는 틈새
똑! 하고 난잎이 지고
쏘옥쏘옥! 새촉이 눈을 튼다

땅속에서 울력하는 소리
듣는 이 보는 이 눈빛까지
피 맑은, 피 맑은 ㅡ
이슬 같은 바람 잔다

살구나무 뿌리까지
목탁소리 잔잔히 잦아들고
어디서 오는지 모를
향이 코 끝에 찬다

웃음으로 우는
고달픈 어깨 위
오막살이집 한 채

花르르르 눈부시게 꽃잎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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