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애란愛蘭』1998

<시> 난잎 질 때

洪 海 里 2005. 12. 13. 03:35
난잎 질 때
- 愛蘭
홍해리(洪海里)
 

곧던 잎 점점 휘어지고
검푸르던 빛깔 누렇게 변해
마침내 똑! 떨어질 때

저 하늘의 작은 별
깜빡! 하며
마지막 숨을 놓는다

광대무변의 세상 점 하나 지워지고
한 순간
눈물 방울 하나 갸우뚱한다

아무 일 없었던 듯 지구는 돌고
그렇다, 권위도 순서도 없는
죽음이란 분명한 사실일 뿐

아버지도 그랬고 할아버지도
할아버지의 아버지 할아버지도 그랬듯이
아들도 아들의 아들도 손자도 그럴 것이듯

눈물도 이슬처럼 햇빛 속에 숨고
자신이 몸을 낮추어
울음으로 찰나의 집 한 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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