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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20세기 오디세우스

洪 海 里 2005. 12. 30. 07:20
04/01/12

[책갈피 속의 오늘]

 

20세기 오디세우스…제임스 조이스 사망

“우리는 아직도 그와 동시대인(同時代人)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제임스 조이스. 그의 독창성의 영역은 그 어느 작가, 그 어느 계보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매우 실험적인 모더니스트였다. 포스트모던한 아나키스트였다. ‘신화적 상징, 환상과 무의식의 세계, 내면의 독백, 의식의 흐름, 에피퍼니(Epiphany·계시)….’

그는 20세기 문학사와 문학사전을 바꿔놓은 작가였다. 언어의 마술사였다. 연금술사였다. 그는 극작가 사뮈엘 베케트에게 말했다. “나는 언어를 가지고 내가 원하는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04년 6월 16일. 초등학교 임시교사로 있던 조이스가 시골 처녀 로라 바네클과 처음 데이트를 한 이날은 문학사상 영원히 기억된다.

이날은 현대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인 ‘율리시스’의 배경날짜가 되어 ‘블룸스데이(Bloomsday)’로 기려지고 있다. ‘블룸’은 소설의 주인공. 해마다 이날이 되면 전 세계의 애독자들이 더블린의 실제 공간에서 가상인물인 블룸의 행로(行路)를 짚으며 조이스를 추모한다.

외설 시비에 휘말려 영국과 미국에서 오랫동안 출간이 금지됐던 ‘율리시스’.

1998년 미국의 저명한 출판사인 랜덤하우스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영문소설 100’을 선정하면서 이 작품을 첫머리에 올려놓았다. “나는 너무나 많은 수수께끼를 이 작품에 도입했기 때문에 앞으로 수세기 동안 대학 교수들이 골머리를 썩일 것이다.” 그의 공언은 사실이 되었다.

스스로 망명의 짐을 쓰고 37년간 국외를 떠돌았던 조이스.

이제 문학도에게 조이스를 읽는 것은 ‘신성한 의무’가 되었다. 그러나 난해함은 비켜갈 수 없는 형벌이다.

그의 실험성은 작품이 이어질수록 더욱 과격해져 60여개의 외래어가 구사되는 최후의 걸작 ‘피네건스 웨이크’는 아직도 그 문맥이 완전히 이해되고 있지 못하다.

번역을 맡았던 김종건 전 고려대교수(영문과)는 “처음 한 번 소설을 읽는 데 꼬박 2년이 걸렸다”고 토로했다.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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