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동아일보

<책갈피> 에드거 앨런 포

洪 海 里 2005. 12. 30. 07:21
04/01/18

[책갈피 속의 오늘]

 

1809년 에드거 앨런 포 출생

‘검은 재해(災害)의 벌판에 떨어진 외로운 운석(隕石).’ 그는 그렇게 내던져진 삶을 살았다.

에드거 앨런 포. 그는 불행한 천재였다. 포는 미국 근대문학사에서 가장 탁월한 시인이자 작가였고 비평가였다. 탐정 뒤팽을 탄생시킨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은 근대 추리소설의 효시로 꼽힌다.

그러나 ‘광막한 야만의 나라’ 미국에서, ‘더 향기로운 세계에서 숨쉬도록 태어난’ 그는 고흐 못지않은 편견과 무지에 짓눌려야 했다.

그의 초기 대표작 ‘검은 고양이’에서처럼 천재의 재능은 산채로 벽에 발라져야 했고, 정작 ‘고양이의 비명소리’를 들은 것은 그가 그토록 그리워했으나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프랑스의 상징주의 작가들이었다.

그의 단편을 읽은 보들레르는 찬탄했다. “여기에 내가 쓰고 싶은 작품의 모든 것이 있다.”

포는 1809년 미국 보스턴에서둘 다 배우(俳優)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그가 태어난 이듬해에 행방을 감추었고 가족의 생계를 떠맡았던 어머니는 그 다음해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녀의 나이 24세였다.

그는 평생 여성을 목말라했다.

그는 26세가 되던 1835년 사촌동생 버지니아와 결혼한다. 13세의 너무 어린, 그렇지만 빼어난 미인이었던 아내와의 사랑은 그의 기이한 생의 일부다.

아내 역시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으니 ‘여인의 죽음’은 포의 삶과 작품을 떠도는 모티브였다. “시의 아름다움에 최고의 표현을 부여하는 색조는 비애와 우수이다. 그 우울함이 아름다움과 만나는 가장 시적인 순간은 아마도 아름다운 여인의 죽음일 것이다….”

포는 1849년 만취한 채 의식불명 상태로 길거리에서 발견됐다. 그리고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다 나흘 만에 숨지고 만다. 도박과 알코올에 찌든 삶은 결국 비명횡사로 막을 내렸다.

그의 일탈(逸脫)은 ‘근엄한’ 미국 사회에 진저리쳐지는 것이었다.

“나의 생애는 내키는 대로의 기분, 충동, 고독에 대한 갈망 그리고 현재의 모든 사물에 대한 냉소…. 대강 이런 것들이었다.”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책갈피 속의 오늘·동아일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갈피> 유치환  (0) 2005.12.30
<책갈피> 자아의 늪  (0) 2005.12.30
<책갈피> 20세기 오디세우스  (0) 2005.12.30
<책갈피> 제2의 성  (0) 2005.12.30
<책갈피> 영혼의 순례자  (0) 2005.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