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
1974년 솔제니친 국외 추방
당서기가 스탈린 동지에게 경의를 표했다. 모두 일어나 박수를 보낸다. 1분에 걸친 열광적인 박수. 박수는 계속된다.
3분, 4분, 5분…. 시간이 흘러갔다. 사람들은 손바닥이 얼얼할 때까지 박수를 쳤다. 누가 감히 박수를 멈출 것인가. 7분, 8분,
9분…. 박수는 계속된다. 대체 언제까지?
11분이 지나서야 한 공장 책임자가 박수를 멈추고 자리에 앉았다. 그제야 사람들은 그를 따라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날 밤 한 사람이
체포된다.
솔제니친은 작품 ‘수용소 군도’에서 묻는다. 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언제 박수를 멈출 것인가. 그러나 스탈린이 사망할 때까지
소비에트 체제의 박수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1962년 발표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시한폭탄과 같았다. 시베리아의 강제노동수용소를 그린 이 작품은 수십 년에 걸쳐 연쇄폭발을
일으킨다.
“이반이 없었더라면 1990년대 페레스트로이카도, 글라스노스트도 없었을 것이며 우리 시대는 진정한 역사를 되찾지 못했을 것이다.”
1964년 흐루시초프가 실각한 뒤 소련은 다시금 이념의 끈을 조이기 시작했고 그는 공공연한 비난에 부닥친다. 1974년 국외에서 출판된
‘수용소 군도’가 문제가 돼 반역죄로 법정에 섰던 그는 그 다음날 추방된다.
솔제니친은 소연방(蘇聯邦)이 붕괴된 뒤인1994년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옐친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혼(魂)을 타락시켰다”고 비난했으나, 푸틴과는 밀월(蜜月)을 과시하고 있다.
푸틴과 마찬가지로 독실한 러시아정교회 신자인 솔제니친. 그의 러시아 민족주의는 ‘강한 러시아’의 부활을 노래하는 푸틴의 노선과 궤를
같이한다.
“그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한 정치분석가는 솔제니친과 푸틴의 ‘정치적 포옹’에 대해 “그들은 과거에 살지 않는다”고 정리한다. 그들이 믿고 따르는 이념은 좌(左)도
우(右)도 아닌 ‘대(大) 러시아 민족주의’라는 것.
솔제니친을 통해 러시아를 읽던 시대는 흘러갔다.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1938년 스탈린 치하의 모스크바 지역 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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