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동아일보

<책갈피> 윤동주

洪 海 里 2005. 12. 30. 07:31
04/02/15

[책갈피 속의 오늘]

 

1945년 시인 윤동주 獄死

시인(詩人) 윤동주.

그가 지상에서 누린 짧은 삶은 그 어느 한순간도 온전히 ‘내 나라 내 땅’인 적이 없었다.서러움과 한(恨)이 유난히도 사무친 이국땅 간도에서 태어나 ‘식민지 조국’에 유학을 해야 했으며, 끝내는 압제자의 땅에서 쓰러졌다.

“무시무시한 고독에서 죽었구나! 29세가 되도록 시도 발표하여 본 적도 없이!”

선배 시인 정지용은 그의 유고(遺稿)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서문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회한과 통증을 이렇게 토해냈다.

윤동주. 그의 시적(詩的) 자아는 슬프고 아름답다.

그의 눈은 항상 순수를 찾아 하늘을 더듬었다. 그의 시는 한 순결한 영혼이 펼쳐 보이는 순정(純正)의 빛이었고 투명한 기록이었다. 그는 시대의 추위를 영혼의 온기로 감싸고자 했다. 아픔을 사랑으로, 분노를 꿈으로 피워냈다.

윤동주가 시를 쓰던 시기는 시가 철저히 외면받던 때였다. 그가 바라보던 하늘과 바람과 별의 자리엔 전쟁의 광기(狂氣)가 너울거렸다.

“고향을 애절하게 그리는 것만으로도 죄가 되었고, 벗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것도 감시를 받았다. 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순이’에 대한 추억이나 ‘흰옷’ ‘살구나무’는 영락없는 불온(不穩)이었다.”(문학평론가 임헌영)

윤동주는 저항의 시인이라고 한다.

“그의 시는 진정한 영혼의 고통을 겪는 사람만이 아는 고뇌의 절규가 배어나며, 그 끝 모를 고뇌의 깊이 속에 ‘순수 저항시’의 참된 가치가 스며있다.” 바로 여기에 그의 문학적 순절(殉節)의 시대적 의미가 있다.

1943년 7월 그는 사상범으로 일경에 체포된다. 죄목은 애매했다. 혹독한 고문과 영양실조, 동상(凍傷)…. 1945년 2월 숨질 때까지 그에겐 하루하루 똑같은 감옥생활이 반복됐다.

그는 죽기 전 정체불명의 주사를 매일 맞았는데 그게 무엇이었는지 알 길이 없다.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십자가’)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책갈피 속의 오늘·동아일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갈피> 방정환  (0) 2005.12.30
<책갈피> 이효석  (0) 2005.12.30
<책갈피> 솔제니친 추방  (0) 2005.12.30
<책갈피> 브레히트 출생  (0) 2005.12.30
<책갈피> 도스토예프스키  (0) 2005.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