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동아일보

<책갈피> 코난 도일

洪 海 里 2005. 12. 30. 07:53
04/07/06

[책갈피 속의 오늘]

 

1930년 추리작가 코난 도일 사망

‘셜록 홈스’의 작가 코난 도일. 그가 세계심령학회 회장을 지냈다?

그것은 마치 추리소설의 예기치 못한 반전(反轉)이랄까, 허를 찌르는 결말을 보는 듯하다. 아니면 그의 삶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트릭’이었던가.

한 가지는 분명하다. 도일의 실제 삶이 그렇게 논리적(?)이지만은 않았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고, 그는 불현듯 고래잡이 어선을 타고 그린란드 항해를 떠나는 모험가의 자질을 타고났다.

1900년대 초반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몇몇 살인사건을 추적해 경찰의 용의자가 진범이 아님을 밝혀낸 것도 그였다.

그가 만들어낸 ‘명탐정의 대명사’ 홈스만 해도 ‘문고판’에 익숙한 우리에겐 낯설다.

홈스는 영국 신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우울증에 빠지면 하루 세 번씩 자신의 팔에 주삿바늘을 찔러대는 마약중독자였으니.

괴짜였다. 여성을 혐오했다.

이 추리소설의 대가는 ‘역사 소설가’로 불리기를 원했다. 실제로 홈스 시리즈는 1890년대 빅토리아시대의 세태소설, 사회소설로 읽힌다.

홈스의 인기가 절정에 달하던 1893년. 작가는 ‘최후의 사건’에서 홈스를 폭포에 떨어뜨려 죽인다. 작중 인물에 싫증이 난 것일까. 작가의 명성을 압도하는 그에게 질투를 느낀 것일까.

그 반응은 상상을 초월했다.

런던 시내에는 검은 상장을 단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했고, 군중은 소설 속 홈스의 집이 있는 런던 베이커가 221B번지로 몰려가 “홈스”를 연호했다. 항의편지에 시달리던 출판사는 작가를 달래기도 하고 으름장도 놓았다.

그는 처음엔 완강히 버텼다. “나는 홈스를 ‘과다 복용’했다!”

그러나 수년 뒤 ‘배스커빌의 개’에서 홈스를 되살려야 했다. 누구보다도 그의 귀환을 반긴 것은 빅토리아 여왕이었다.

1887년 첫 번째 홈스 이야기인 ‘주홍색 연구’는 단돈 25파운드에 원고가 넘어갔으나 이제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만도 200편을 넘어서고 있다. 드라큘라와 프랑켄슈타인의 기록을 따돌렸다.

추리소설은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에서 널리 읽힌다고?

그러나 홈스는 북한의 ‘세계명작전집’에도 버젓이 한 켠을 지키고 있다.

김일성과 각별했던 ‘생의 한가운데’의 작가 루이제 린저가 강력히 추천했다고.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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