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시집 1979~1981/『원단기행元旦記行』(1981)

눈이 내리면

洪 海 里 2006. 2. 18. 12:26

눈이 내리면

 

 洪 海 里



망연자실!

 

눈이 내리면

봄 여름 가을을 지내며

그을음으로 까맣게 잊었던

영혼의 등피를 닦느니,

 

멀리서 들려오는

너의 잠언에 귀 기울이며

답하려 해도 입이 열리지 않는

내 말의 빈혈이여!

 

그것은

하나의 크낙한 위안,

향수의 허기,

뜨거운 구원.

 

드디어

고향으로 가는 달구지 소리 들리고

어둠에 갇혔던

허공이 사라지고 나면,

 

이마엔 열 개의 등

가슴엔 천의 불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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