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하나의 잔을 본다.
같은 하나의 盞이라도
한 개의 盞이 아니다.
앞으로 보면
언제나 철철 넘치도록 가득 차 있지만
뒤로 볼 때면
텅 비어 있는 盞이 있을 뿐.
時間, 아니 歲月이란 것도 그렇다.
오고 가는데는 변함이 없으나
올 것과 간 것에는 차이가 더욱 크다.
웃음으로 맞은 너도
돌아서면 아득한 허공이 되고
눈물겨운 막막함이 마치 향기 잃은 꽃
무심한 하나의 돌멩이.
하나의 투명한 盞에 흐르는 歲月의 앙금
어쩌다 他意에 깨어진,
하나의 盞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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