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시집 1979~1981/『원단기행元旦記行』(1981)

洪 海 里 2006. 2. 18. 12:21

 

 

하나의 잔을 본다.

 

같은 하나의 盞이라도

한 개의 盞이 아니다.

 

앞으로 보면

언제나 철철 넘치도록 가득 차 있지만

뒤로 볼 때면

텅 비어 있는 盞이 있을 뿐.

 

時間, 아니 歲月이란 것도 그렇다.

 

오고 가는데는 변함이 없으나

올 것과 간 것에는 차이가 더욱 크다.

 

웃음으로 맞은 너도

돌아서면 아득한 허공이 되고

눈물겨운 막막함이 마치 향기 잃은 꽃

무심한 하나의 돌멩이.

 

하나의 투명한 盞에 흐르는 歲月의 앙금

어쩌다 他意에 깨어진,

 

하나의 盞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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