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시집 1979~1981/『원단기행元旦記行』(1981)

쏜살이 되어 날아가는 혀

洪 海 里 2006. 2. 18. 17:22

쏜살이 되어 날아가는 혀

 

 洪 海 里




나무는 어떻게 말을 하는가

바위는 어떻게 말을 하는가

 

벽에 갇힌 말, 하늘에 날아가는 말, 땅 속에 묻힌 말,

물에 떠 가는 말, 바람에 부서지는 말, 말의 말의 말의

말, 오 말이여, 새끼를 밴 말이여!

 

너는

물이다가

칼이다가

불이다가

흙이다가

바람인가.

 

말을 위한 침묵을 위한 말

거짓을 위한 진실을 위한 말

울음을 위한 웃음을 위한 말

불면을 위한 잠을 위한 말

기쁨을 위한 슬픔을 위한 말이여.

 

바람에 날아가는 말에는 날개가 달렸는가

물에 떠가는 말은 오리발을 달았는가

흙 속의 말에는 뿌리가 돋아났는가.

 

아무리 말이 잘 달린다 해도

이르지 못하는 나라

아무리 말을 잘 닫게 한다 해도

이루지 못할 나라.

 

침묵을 위한 말을 위한 말

진실을 위한 거짓을 위한 말

웃음을 위한 울음을 위한 말

잠을 위한 불면을 위한 말

슬픔을 위한 기쁨을 위한 말이여.

 

나무는 무슨 말을 하는가

바위는 무슨 말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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