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한 점
홍 해 리
입추가 지나면
송림 사잇길
은빛 고운 이슬이 내려
풀잎마다 지천으로 해가 돋는다.
열 길 맑은 살 속
한여름 불타오르던 온갖 욕망이
깊고 깊은 고독을 닦아
한가을 하늘 한복판
둥근 달을 띄우고,
하늘은 높이서 화장에 능하지만
인생은 가득한 공허
섭섭한 손저음이
새로운 재희를 약속하고
한 치쯤 뒤에서 물러선다.
맑은 바람 한 점이
가득한 듯한 여자들의 바다를 몰아
가슴이 텅 빈 사내들
구릿빛 건강한 살을 올린다.
(『花史記』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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