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 벼락치다』2006

하산

洪 海 里 2006. 4. 30. 05:43

하산下山
- 한거일지閑居日誌 10

 

洪 海 里

 


까막산 구로암求路에서
하산하다
이곳이 선계
사람 사는 곳
진흙구렁이라도 정답고
개똥밭이라도 좋다
구로암에서 길을 찾는 일
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내 마음속으로 나 있을 뿐
불 없는 고행길은 끝이 없고
짐승들 울부짖는 소리만
산천에 가득하다
하루 종일 잠들지 못하고
암흑의 깊은 골짜기
나는 내려간다
내 마음속의 길을 따라
세상은 그래도 푸르고 환하다
아직은 따뜻하다.

 

(시집『봄, 벼락치다』2006)


 

'시집『봄, 벼락치다』2006'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상  (0) 2006.04.30
난타  (0) 2006.04.30
추억, 지다  (0) 2006.04.30
중복  (0) 2006.04.30
비 그친 오후  (0) 200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