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 벼락치다』2006

난타

洪 海 里 2006. 4. 30. 05:44

난타

洪 海 里

양철집을 짓자 장마가 오셨다
물방울 악단을 데리고 오셨다
난타 공연이 밤새도록 계속되었다
빗방울은 온몸으로 두드리는 하늘의 악기
관람하는 나무들의 박수소리가 파랗다
새들은 시끄럽다고 슬그머니 사라지고
물방울만 신이 나서 온몸으로 울었다
천둥과 번개의 추임새가 부서진 물방울로
귀명창 되라 귀와 눈을 씻어주자
소리의 절벽들이 귀가 틔여서
잠은 물 건너가고 밤은 호수처럼 깊다
날이 새면 저놈들은 산허리를 감고
세상은 속절없는 꿈에서 깨어나리라
깨어지면서 소리를 이룬 물방울들이
다시 모여 물의 집에 고기를 기르려니,

방송에선 어디엔가 물 난리가 났다고
긴급 속보를 전하고 있다
약수若水가 수마水魔가 되기도 하는 생의 변두리
나는 지금 비를 맞고 있는 양철북이다.
                     -시집『봄, 벼락치다』(우리글,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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