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 벼락치다』2006

추상

洪 海 里 2006. 4. 30. 05:45

추상

 

洪 海 里

 


할 일 다한 밤나무 꽃이삭
공중에서 교미를 마친 수벌처럼
숭얼숭얼 떨어져 땅에 누웠다
밤느정이 세상사 부질없다고
이별이야, 님과 나의 이별이야
이리저리 얽혀 응어리진 매듭
마지막 혼불로 풀고 있는 것인가
온몸이 꽃으로 무너져 내린 사내
여장한 사내
푸른 치마 거꾸로 입고 그린
추상화 한 폭
밤늦게 홀로 돌아오는 길
대낮 같이 밝은 오월 보름날
느정느정 솔지 않은 희망이여
파란과 만장인 생의 만날이었던가
한 치 건너 두 치인 세상
달빛이 밤늦으로 그린 그림을 본다
땅 위에 그린 밤늦의 추상화를.

 

 

(시집『봄, 벼락치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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