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해장술 한잔할까, 우리? / 홍해리

洪 海 里 2006. 9. 15. 08:32

 

 

 

 

해장술 한잔 할까, 우리?

                   

 

토막토막 끊긴 생각들이

밤새도록 빈 집을 짓고 있었다

불타는 집을 짓고 있었다

새벽녘 불집 속에서 잠이 깨면

빈 집은 이미 없다

세상은 있음과 없음으로 존재하고

높고 낮음으로 갈라지고

강하고 약함으로 싸우고 있다

가장 부드러운 견고함으로

눈물 젖은 절망의 파편들이

머리 속에 총칼을 들이대고 있다

악을 쓰던 간밤의 허망과

간 길 다시 간 생각으로

흔들리는 새벽녘

뿌연 안개치마에 감싸인 세상

콩나물국이나 북어국으로

희망 하나 발가벗은 채 달려가고

냉수 대접 속에서 재생하는데

해장술 한잔 할까, 우리?

 

                                    

                                           

 

poet / 홍해리

 

 

 

 

출처 : 꽃섬...
글쓴이 : 은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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