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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동사인방 : 네 마리의 소 / 임보

네 마리의 소 임 보林步 고불古佛 이생진李生珍은 물소포우抱牛 채희문蔡熙汶은 황소난정蘭丁 홍해리洪海里는 들소나 임보林步는 조그만 염소  * 우이동 사인방四人幇의 인물시다.고불은 섬에 미처 늘 물을 떠나지 못한 것이 마치 물소와 같다.포우는 이중섭의 그림 속에 나온 황소처럼 강렬해 보이지만 사실 양순하고,난정은 난과 매화를 즐기는 선비지만 들소와 같은 정력이 없지 않다.나 임보는 굳이 소라고 친다면 보잘것없는 염소라고나 할까.이분들의 아호는 내가 붙인 것이다. - 임보. * 늘 세속 너머를 바라다보고 있는 것 같은 임보 시인, 세속에서 말을 아끼고 그 말을 시로 풀어내는 것 같은 임보 시인은 ‘우이동 시인’ 혹은 ‘북한산의 시인’으로 불립니다.그와 함께 동인으로 모이는 ‘우이동 시인들’(임보, 이생진, 홍해..

신작 소시집 「나이 늘고 시는 줄고」/ 《우리詩》 2025. 1월호

월간 《우리詩》 2025년 1월호 신작 소시집 나이 팔십 외 5편洪 海 里  어제만 해도아무렇지도 않던 일오늘 갑자기 할 수 없는 나이그게 팔십이라네. 가난하면 가난에게 감사하고슬프면 슬픔에 고마워하는 나이보이는 대로 볼 수 있고들리는 대로 듣는 나이그게 팔십이라네. 마지막 편지가으내 겨우내 너를 기다리다만나지 못하고 이제 간다고마지막으로 한 자 적어 남긴다 죽을 때까지는 죽은 게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이라고사날 좋게 살 만큼 살아 보라고 세상에 특별할 게 뭐가 있다고저 혼자 못났다고 우는 것이냐꽃이나 푸나무가 우는 것 봤냐 세상에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너요세상의 중심이 바로 너요세상을 세상이게 하는 게 바로 너다. 시비詩碑저 크고 무거운 걸어찌 지고 가려고 가벼운 시 한 편그게 뭐라고 무거운 돌에 새겨세..

시비詩碑

시비詩碑 洪 海 里  저 크고 무거운 걸어찌 지고 가려고 가벼운 시 한 편그게 뭐라고 무거운 돌에 새겨세워 놓았나 "늬가 시를 알아?" 하고큰소리 칠 시인이 없나.- 월간 《우리詩》 2025. 1월호. * '시詩'라 하면 시요,  '시인詩人'이라 하면 모두 시인인 세상이니 누가 뭐라 하겠는가!  세상에 시 아닌 글이 어디 있고, 시인 아닌 사람 어디 있는가?                                            * 우물 속의 달을 읊다 / 이규보(李奎報, 1168~1241)   詠井中月우물 속의 달을 읊다이규보(李奎報, 1168~1241)山僧貪月色산에 사는 중이 달빛을 탐내幷汲一甁中물 긷는 병에 달까지 길어왔네到寺方應覺절에 도착하면 비로소 깨닫게 되리甁傾月亦空병을 기울이면 달도 없..

마지막 편지

마지막 편지 洪海 里  가으내 겨우내 너를 기다리다만나지 못하고 이제 간다고마지막으로 한 자 적어 남긴다 죽을 때까지는 죽은 게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이라고사날 좋게 살 만큼 살아 보라고 세상에 특별할 게 뭐가 있다고저 혼자 못났다고 우는 것이냐꽃이나 푸나무가 우는 것 봤냐 세상에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너요세상의 중심이 바로 너요세상을 세상이게 하는 게 바로 너다.- 월간 《우리詩》 2025. 1월호.                                                                * 모든 시작은 어렵다!

11월을 노래함 - 낙엽

11월을 노래함 洪 海 里울며불며 매달리지 마라의초롭던 잎의 한때는 꿈이었느니때가 되면 저마다 제 갈 길로 가는 법애걸하고 복걸해도 소용없는 일차라리 작별인사를 눈으로 하면하늘에는 기러기 떼로떼로 날고 있다한겨울에 꼿꼿이 서 있기 위해, 나무는봄부터 푸르도록 길어올리던 물소리자질자질 잦아들고 있다몸도 마음도 다 말라버려서비상 먹은 듯, 비상을 먹은 듯젖은 몸의 호시절은 가고 말았다무진무진살아 보겠다고 늦바람 피우지 마라지빈하면 어떻고 무의하면 어떠랴어차피 세상은 거대한 감옥너나 나나 의지도 가지도 없는허공의 사고무친 아니겠느냐축제는 언제나 텅 빈 마당파장의 적막이 그립지 않느냐죽은 새에게는 하늘과 땅의 경계가 없듯모든 것이 멀리 보이고나도 이제 멀리 와 있다세상의 반반한 것들도 어차피 반반.  * 홍해리..

11월을 노래함 - 낙엽

11월을 노래함- 낙엽홍 해 리울며불며 매달리지 마라의초롭던 잎의 한때는 꿈이었느니때가 되면 저마다 제 갈 길로 가는 법애걸하고 복걸해도 소용없는 일차라리 작별인사를 눈으로 하면하늘에는 기러기 떼로떼로 날고 있다한겨울에 꼿꼿이 서 있기 위해, 나무는봄부터 푸르도록 길어올리던 물소리자질자질 잦아들고 있다몸도 마음도 다 말라버려서비상 먹은 듯, 비상을 먹은 듯젖은 몸의 호시절은 가고 말았다무진무진살아 보겠다고 늦바람 피우지 마라지빈하면 어떻고 무의하면 어떠랴어차피 세상은 거대한 감옥너나 나나 의지도 가지도 없는허공의 사고무친 아니겠느냐축제는 언제나 텅 빈 마당파장의 적막이 그립지 않느냐죽은 새에게는 하늘과 땅의 경계가 없듯모든 것이 멀리 보이고나도 이제 멀리 와 있다세상의 반반한 것들도 어차피 반반. * 홍..

김석규 시집 『누옥을 위한 헌사』 머릿말

이번의 '책머리에'는 畏友 홍해리 詩伯의 옥고를 실어대신한다. 시천詩泉- 曉山 김석규 洪 海 里  나이 들어도 마르지 않는 샘새벽부터 솟아올라 넘쳐 내리는 소리 청청하거니물은 그칠 줄 모르고 흐르고 흘러때로는 폭포가 되고아이들을 만나면 분수가 되고먼 길 가는 젊은 나그네 목도 축이며머지않아 바다에 이르면갈매기 노랫소리로 수놓은시 바다[詩海]를 이루리라만 편의 시가 출렁이는망망대해 반짝이는 윤슬이여신선한 파돗소리 따라바닷고기들 춤사위 찬란하고하늘도 오색 구름을 피워시인에게 고맙다 고맙다 화답하누나.                2024, 초여름에                  홍 해 리 頓首. 頓首.                                       甲振 盛夏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