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오면 3월이 오면 洪 海 里 해방이다 독립이다 자유다 너도 나도 돌도 나무도 제비도 소금쟁이도 날고 기고 달리고 헤엄치고 웃고 울고 소리치고 물어 뜯고 땅도 하늘도 바다까지 만세 만세 만만세! 『권커니 잣거니』(미간) 2024.03.06
까치베개[鵲枕] 까치베개[鵲枕] 洪 海 里 세상을 덮을 꽃 한 송이 가슴으로 품었다 꽃이 피면 얼마나 가나 질 때 되면 지고 마는 꽃 하늘 가릴 꽃 땅을 품은 꽃 가슴, 가슴으로 품어도 세상 없으면 세상없다. 『권커니 잣거니』(미간) 2024.02.25
불면증 불면증 洪 海 里 내가 나와 끝없는 격투를 벌이고 있다 구름 위에서 사막에서 칼날이 부딪는 날카로운 소리 따라 어느새 밤이 새고 희붐히 날이 밝고 있다. 『권커니 잣거니』(미간) 2024.02.24
백모란 백모란 洪 海 里 첫날밤 치른 초록 궁전, 외동공주의 백옥 침상. * 해마다 5월이 되어 뒷산 꾀꼬리 노랫소리에 송홧가루가 노랗게 날리면 운수재韻壽齋 주인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백모란이 피었다고. 막걸리 한 통을 메고 운수재로 달려가면 백옥 같은 모란이 동산을 이루어 피어 있다. 꽃 옆에 자리 잡고 앉아 있으면 솜씨 좋은 마님이 안주를 준비해 나오신다. * 운수재는 임보 시인댁. 『권커니 잣거니』(미간) 2024.02.23
네 덕과 내 탓 네 덕과 내 탓 洪 海 里 풀잎도 칼이 되어 일어서다니 세상이 이렇게 된 게 다 나 때문인데 누굴 탓하랴 그나마 이 정도인 것이 다 네 덕인데 우리가 다시 만나면 쉬어갈 만한 곳에서 한세상 살자 네 덕도 아니고 내 탓도 아닌 네 탓도 아니고 내 덕도 아닌 나라 머물다 갈 만한 곳에서 우리 다시 만나면 한세월 살다가 가자. 『권커니 잣거니』(미간) 2024.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