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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로서 살아가기 이처럼 어려운 시대가 있을까

유권자로서 살아가기 이처럼 어려운 시대가 있을까 입력 2008. 6. 5. [오마이뉴스 안병기 기자] 시의 시대는 결코 멀리 간 게 아니다! 어제 오후, 우편함을 열다가 그 속에 책 한 권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6월호였다. 이 시 전문지 발행인이신 홍해리 시인의 배려로 벌써 일 년 가까이 이 책을 받아보고 있다. 좋은 책을 받아서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고를 끼쳐 송구스럽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분명히 탈(脫)서정(抒情)의 시대다. 어디에도 뿌리박을 수 없는 유목민들, 천지 간에 나 홀로 정처 없이 떠도는 듯한 고아 의식. 사람들은 눈만 뜨면 쪼르르 전자사막으로 달려가서 그 외로움을 메우려 하지만, 밑바닥까지 바짝 말라버린 가슴의 정서를 쉬 적시지는 못한다. 그런데 탈 서정의 시..

노老석공의 비가悲歌 / 전선용

노老석공의 비가悲歌 - 홍해리 선생님을 바라보면서 전선용 손가락으로 부르는 비가悲歌는 비명碑銘에 새긴 침묵의 언어이외다 잃어버린 향기를 조각하는 석공의 가슴앓이가 표정없는 미소로 시작하여 묻어나는 후회, 수분 없는 대화로 차츰 오장육부에 인각 되고 있나이다 아내에게 바치고자 빚은 순정의 언어, 말없이 집을 나가는 아내의 뒷모습에서 그냥 웃는 아내의 순수함에서 어느 날 문득 낯선 아내의 얼굴에서 그리고 석공의 까만 눈동자에서 물꽃 틔우며 턱밑 수염에 알알이 자라고 있나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애틋한 읊조림은 연어의 귀환을 알리는 서막이려니와 이제 혼인색婚姻色을 치매癡呆가 아닌 치매致梅로 바꿔가는 눈물겨운 노력에 있나이다 석공의 손끝이 무디기는 하나 섬세하기로 말하자면 비단에 꽃수를 놓는 아낙 정성에 못지않고 ..

詩化된 洪海里 2024.04.07

불통 / 홍해리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1월 18일)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3. 1. 18. 오늘 아침도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삶과 죽음에 대한 그 빛나는 이야기"란 부제를 단 읽기를 이어간다. 오늘 아침은 제7장 "파 뿌리의 지옥, 파 뿌리의 천국"을 읽고 여러 가지 사유를 해본다. 끝까지 이기적일 것 같은 사람도 타인을 위해 파뿌리를 하나 정도는 나눠준다. 그 정도의 양심은 꺼지지 않는 존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인간을 믿는다. 파뿌리 이야기는 도스토옙스키의 에 나온다. 우리가 행하는 보잘것없는 선행 한 가지도 하느님의 축복이 된다는 말이다. 옛날에 아주 인색한 노파가 살고 있었는데 살아생전에 한 번도 선행이라곤 해본 적이 없어서 죽은 후에 지옥에 ..

춘분시春分詩 - 우이사호牛耳四皓

춘분시春分詩 - 우이사호牛耳四皓 임 보 후백后白 고불古佛 화산華山 난정蘭丁 우이동의 네 노인들이 모여 저녁 인수봉 바라다보며 수작이다 난정은 금년이 고희 화산은 난정의 두 해 위 고불은 화산의 10년 위 후백은 다시 고불의 10년 위다 크게는 20여 년의 연차가 있지만 시를 놓고 사는 이들이어서 친구처럼 격의 없이 지낸다 말씀은 주로 망백望百을 지난 후백이 이끄는데 지용과 목월, 지훈과 미당을 넘어 굴원에까지 올라간다 滄浪之水淸兮(창랑의 물이 맑으면) 可以濯吾纓(내 갓끈을 씻고) 滄浪之水濁兮(창랑의 물이 흐리면) 可以濯吾足(내 발을 씻으리라) 고불은 섬 얘기 난정은 난초 얘기 화산은 수석 얘기 주모는 부산하고 창 밖은 춘설이 분분 백매는 아직도 푸른 주먹을 쥔 채 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 后白은..

詩化된 洪海里 2024.03.28

집으로 가는 길

집으로 가는 길 - 치매행致梅行 · 187 홍 해 리 어쩌다 실수로 아내의 치매약을 먹었습니다 그날 밤 꿈속에서 하염없이 거리를 헤맸습니다 집으로 가는 방향을 찾지 못하고 걸어다니는 일도 차를 타는 것도 다 잊은 상태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허우적허우적거리다 때로는 허공을 날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 길을 잃고 헤맨 아내 그 뒤를 쫓아다녔는지도 모릅니다 여덟 시간 미아가 되었던 아내의 긴 세월을 하룻밤 꿈으로 대신했나 봅니다 아내의 치매약으로 다른 한세상을 구경한 내가 약도 없는 치매환자가 되어 환한 대낮에 길을 잃고 허청댑니다. - - 詩選集 (2021, 놀북) - 원시 출처: 시집 (2017) *홍해리(1942, 충북 청주 생) 1969년 시집 로 활동시작. 시집 外 다수. #홍해리 #치매 #부부..

집으로 가는 길

괴로운 생각 극복하기​ ​ 어느 나라의 왕이 철학자 세 사람을 궁으로 불러 질문했습니다. "그대들은 인생을 살아갈 때 가장 괴로운 일이 무엇인가?" 그러자 한 철학자가 대답했습니다. "노인이 되면 일을 못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가난이 찾아올 테고 가난이 찾아와도 힘이 없기에 일을 할 수 없게 되죠. 그 때문에 마음과 다르게 일을 할 수 없게 된 늙은 몸이 괴롭습니다." 또 다른 철학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평생 꿈꾸던 것을 이루기 직전 한계에 부딪혀 포기해야 할 때 괴롭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철학자가 대답했습니다. "그동안 살면서 아무런 선행도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인데 그런 죽음 앞에는 오직 후회와 뉘우침밖에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삶을 괴롭게 만드는 상황은 저마다 다양하지만 사실은..

매화 나들이

매화 나들이 / 여국현(시인) * 때 : 2024. 03. 17. * 곳 : 국립4·19민주묘지 연록의 매화 몽오리 아래 정겨운 사람들이 오롱조롱 먼저 눈뜬 매화 한 송이의 덕담이 바람에 실려온다 "선생님은 마음이 놓이는 분이세요!" 매화 몽오리 톡톡 터지는 봄날이 《우리詩》에도 환하게 오기를. * 앞줄 좌로부터 여연, 홍해리, 여국현 시인. 뒷줄 손현숙, 최춘희 시인. * 꽃봉오리를 가득 품고 있는 매화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