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작하는 봄 6

<시> 독작하는 봄

독작하는 봄 洪 海 里 앵앵대는 벚나무 꽃그늘에서 홀로 앉아 술잔을 채우다 보니 무심한 바람결에 꽃잎 절로 날리고 마음은 자글자글 끓어 쌓는데 가슴속 눌어붙은 천년 그리움 절벽을 뛰어내리기 몇 차례였나 눈먼 그물을 마구 던져대는 봄바람 사랑이 무어라고 바르르 떨까 누가 화궁花宮으로 초대라도 했는가 시린 허공 눈썹길에 발길 멈추면 사는 일 벅차다고 자지러드는 날 햇빛은 초례청의 신부만 같아 얼굴 붉히고 눈길 살풋 던지는데 적멸보궁 어디냐고 묻지 말아라 네 앞에 피어나는 화엄/花嚴을 보라 마저 피지 못한 꽃도 한세상이라고 꽃은 절정에서 스스로 몸을 벗는다 왜 이리 세상이 사약처럼 캄캄해지나 무심한 바람결에 꽃잎만 절로 날리니 달뜨는 마음 하나 마음대로 잡지 못하네. - 시집『비밀』(2010, 우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