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독작하는 봄

洪 海 里 2012. 4. 18. 04:49

* 우이천변에 벚꽃이 한창입니다.

이 글은 2010년 봄에 바로 위의 꽃나무 아래서 쓴 글입니다.

어제 점심 후 한 시간을 꽃길 따라 걸었습니다.

벚꽃도 크기와 모양, 색깔도 다 달랐습니다.

나뭇잎도 색깔이 다른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이도원의 복숭아나무는 아직 꿈속에 들어 있는데

이곳의 복사꽃은 만개해서 요염함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2012. 4. 18.(수)

- 洪 遊

 

 

 

 

독작하는 봄 / 洪 海 里

  

앵앵대는 벚나무 꽃그늘에서

홀로 앉아 술잔을 채우다 보니

무심한 바람결에 꽃잎 절로 날리고

마음은 자글자글 끓어 쌓는데

가슴속 눌어붙은 천년 그리움

절벽을 뛰어내리기 몇 차례였나

눈먼 그물을 마구 던져대는 봄바람

사랑이 무어라고 바르르 떨까

누가 화궁花宮으로 초대라도 했는가

시린 허공 눈썹길에 발길 멈추면

사는 일 벅차다고 자지러드는 날

햇빛은 초례청의 신부만 같아

얼굴 붉히고 눈길 살풋 던지는데

적멸보궁 어디냐고 묻지 말아라

네 앞에 피어나는 화엄/花嚴을 보라

마저 피지 못한 꽃도 한세상이라고

꽃은 절정에서 스스로 몸을 벗는다

왜 이리 세상이 사약처럼 캄캄해지나

무심한 바람결에 꽃잎만 절로 날리니

달뜨는 마음 하나 마음대로 잡지 못하네.

                     - 시집『비밀』(2010, 우리글)

 

 

                                                                                 * 카페 '자연과 시의 이웃들'에서 옮김.(꽃달 님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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