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지워지다 7

洪海里 시선집『마음이 지워지다』

홍해리 시선집 『마음이 지워지다』 발간 김창집 2021. 7. 19. 16:34 ♧ 아내 쓸쓸한 허공 나지막이 비상하던 날개 여린 새 한 마리 다 늦은 가을 저녁 어스름 내 가슴에 와 깃을 치고 있느니 젖은 자리 또 적시며 울고 있느니. ♧ 입춘 추위 문을 열고 밖을 내다봅니다 어디 가고 싶냐 물어도 묵묵부답 조금 있다 또 문을 엽니다 밖에 나가고 싶냐 물어도 그냥 웃습니다 또 문을 열고 치어다봅니다 누굴 기다리느냐 물어 봐도 아무 말이 없습니다 또 다시 문을 열고 쳐다봅니다 속이 답답하냐 물어도 하늘만 바라보다 문을 닫습니다 입춘날 날씨 매섭게 찬데 어찌 봄이 오겠습니까? 문을 열면 칼바람만 제 세상인 듯 쩡쩡하니 밀려듭니다. ♧ 다저녁때 아내가 문을 나섭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왜 가는지도 모른 채 그냥..

『마음이 지워지다』/ 디멘시아 뉴스DementiaNews 2021.9.24.

■ 책소개 서평: 양현덕 홍해리洪海里 시인은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故 지명순)를 수년 동안 돌보며 애틋함, 괴로움, 외로움, 죄책감, 슬픔을 시에 담았다. 2015년 9월 아내에게 바치는 안타까운 사랑 고백 『치매행』을 시작으로, 『매화에 이르는 길』(2017년 6월),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년 10월), 그리고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년 6월)를 통해 421편의 시를 남겼다. 시인은 아내가 치매(痴呆)를 앓는 과정을 ‘매화에 이르는 길(치매행, 致梅行)’에 비유했다. 아내는 2020년 11월 12일 그 여정을 마무리했다. 비록 매화가 피는 3월을 다시 맞이하지는 못했지만 아내는 남편의 시 속에 영원히 자리를 잡았다. 지난 7월에 발간된 시선집 『마음이 지워지다』는 4권의 시집에 ..

洪海里 시선집『마음이 지워지다』/ 정일남(시인)

홍해리 시선집 『마음이 지워지다』를 읽고 정일남(시인) 치매를 앓은 마거릿 대처 전 영국수상은 치매에 걸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으리라. 딸 캐럴이 어머니 투병기를 신문에 연재하면서 밝혀졌다. 8년 동안 치매를 앓은 대쳐는 5년 후 87 세로 타계했다. 어느 시인은 치매를 “영혼의 정전”이라 했고 홍해리 시인은 “치매癡呆는 치매致梅에 이르는 길”이라 했다.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대처와 달리 담화문을 통해 발병 사실을 알렸다. “나는 인생의 황혼을 위한 여행을 시작하지만 미국의 미래는 언제나 찬란할 것”이라고 축복을 곁들였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죽음을 맞기 위해서도 치료약은 개발돼야 한다. 홍해리 시인이 그동안 발행한 치매시집에서 작품을 선별해 『마음이 지워지다』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