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리 시선집 『마음이 지워지다』 발간 김창집 2021. 7. 19. 16:34 ♧ 아내 쓸쓸한 허공 나지막이 비상하던 날개 여린 새 한 마리 다 늦은 가을 저녁 어스름 내 가슴에 와 깃을 치고 있느니 젖은 자리 또 적시며 울고 있느니. ♧ 입춘 추위 문을 열고 밖을 내다봅니다 어디 가고 싶냐 물어도 묵묵부답 조금 있다 또 문을 엽니다 밖에 나가고 싶냐 물어도 그냥 웃습니다 또 문을 열고 치어다봅니다 누굴 기다리느냐 물어 봐도 아무 말이 없습니다 또 다시 문을 열고 쳐다봅니다 속이 답답하냐 물어도 하늘만 바라보다 문을 닫습니다 입춘날 날씨 매섭게 찬데 어찌 봄이 오겠습니까? 문을 열면 칼바람만 제 세상인 듯 쩡쩡하니 밀려듭니다. ♧ 다저녁때 아내가 문을 나섭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왜 가는지도 모른 채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