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 3

무화과

무화과無花果 洪 海 里 애 배는 것 부끄러운 일 아닌데 그녀는 왜 꼭꼭 숨기고 있는지 대체 누가 그녀를 범했을까 애비도 모르는 저 이쁜 것들, 주렁주렁, 스스로 익어 벙글어지다니 은밀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오늘밤 슬그머니 문지방 넘어가 보면 어둠이 어둡지 않고 빛나고 있을까 벙어리처녀 애 뱄다고 애 먹이지 말고 울지 않는 새 울리려고 안달 마라 숨어서 하는 짓거리 더욱 달콤하다고 열매 속에선 꽃들이 난리가 아니다 질펀한 소리 고래고래 질러대며 무진무진 애쓰는 혼뜬 사내 하나 있다.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 에로스적 사랑은 무치無恥와 염치廉恥 사이에서 펼쳐지는 감각의 작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랑은 은일할 수도 있고, 아주 격렬한 유혹의 기표일 수도 있다. 성-자연이든 문명화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