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 벼락치다』2006

무화과

洪 海 里 2006. 5. 1. 04:59

무화과無花果

 

洪 海 里

 



애 배는 것 부끄러운 일 아닌데
그녀는 왜 꼭꼭 숨기고 있는지
대체 누가 그녀를 범했을까
애비도 모르는 저 이쁜 것들, 주렁주렁,
스스로 익어 벙글어지다니
은밀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오늘밤 슬그머니 문지방 넘어가 보면
어둠이 어둡지 않고 빛나고 있을까
벙어리처녀 애 뱄다고 애 먹이지 말고
울지 않는 새 울리려고 안달 마라
숨어서 하는 짓거리 더욱 달콤하다고
열매 속에선 꽃들이 난리가 아니다
질펀한 소리 고래고래 질러대며
무진무진 애쓰는 혼뜬 사내 하나 있다.


 

(시집『봄, 벼락치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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