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을 깨자 2

<시> 수박을 깨자

수박을 깨자 洪 海 里 박수를 치면 손에서 수박 냄새가 난다 박수박수박수박수박수박! 짝이 없으면 짝짝 소리도 나지 않는다 박수가 무녀를 만나 수박을 낳는다 자살을 입에 달고 못 죽어서 한이던 여자 한풀이하고 나서 이제는 살자고 야단이다 그렇다 무엇이든 안받음하는 법이라서 살다 보면 살맛나는 맛살도 만나게 되지 죽자고 일만 하다 덜컥 죽어버린 사내 옆집에 살던 죽자竹子 고년을 만나 잘 익은 수박이라도 하나 쩍 소리 나게 쪼개서 쟁반에 안다미로 담아 놓고 빨간 속살을 뭉텅뭉텅 물어뜯었던가 쩍 벌어진 그녀의 입속은 빨갛다 단단한 흑요석 이빨이 반짝이고 있다 수박 속에는 바다가 들어 있다 세계 지도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 불쑥! 하면 쑥불!이 될 수밖에야 쑥불 피워 놓고 모기를 쫓으면서 한밤에 수박잔치라도 벌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