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독종毒種』2012

<시> 수박을 깨자

洪 海 里 2010. 8. 25. 11:58

 

수박을 깨자

 

洪 海 里 

 

 

박수를 치면 손에서 수박 냄새가 난다

박수박수박수박수박수박!

짝이 없으면 짝짝 소리도 나지 않는다

박수가 무녀를 만나 수박을 낳는다

자살을 입에 달고 못 죽어서 한이던 여자

한풀이하고 나서 이제는 살자고 야단이다

그렇다 무엇이든 안받음하는 법이라서

살다 보면 살맛나는 맛살도 만나게 되지

죽자고 일만 하다 덜컥 죽어버린 사내

옆집에 살던 죽자竹子 고년을 만나 

잘 익은 수박이라도 하나 쩍 소리 나게 쪼개서

쟁반에 안다미로 담아 놓고

빨간 속살을 뭉텅뭉텅 물어뜯었던가

쩍 벌어진 그녀의 입속은 빨갛다

단단한 흑요석 이빨이 반짝이고 있다

수박 속에는 바다가 들어 있다

세계 지도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

불쑥! 하면 쑥불!이 될 수밖에야

쑥불 피워 놓고 모기를 쫓으면서

한밤에 수박잔치라도 벌이자

어차피 소주가 주소가 되는 세상

올여름엔 수박을 끌어안고 박수를 치자

한여름밤 달콤한 꿈속에서 수박을 깨자

하얀 이불 홑청에 지도를 그려놓고

세계 일주 여행이나 떠나 보자.

 

- 시집『독종』(2012, 북인)

* http://blog.daum.net/hong1852

                   - 월간《우리詩》2012.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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