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이 6

<시> 아지랑이

아지랑이 洪 海 里 봄이 타서 날아다닐 때면 날아다니는 것이 너무 많아 머리에 와서도 걸리고 가슴에도 와 닿는다 가난한 집의 계집애들도 고속도로를 타고 도시로 날아가 꽁지 빠진 닭처럼 뒤뚱거리고 머리털도 눈썹도 바다 건너로 날아가다 우리 가슴에 와 닿는다 가로수도 산도 날아간다 상채기진 날개를 퍼덕이며 도시는 교외선을 타고 날아가 퍼런 보리밭 위에 뒤엉켜 펄펄펄 몸을 비비며 아지랑이로 탄다 망치 소리에 깨어지는 돌의 혁명도 그 검은 손도 어이없이 날아가다 우리네 두개골을 울린다 자유도 날아간다 나도 날아가 뒤엉켜 탄다 봄이 타서 날아다닐 때면 날아다니는 것마다 자유를 벗어나 모든 것이 날아가 탄다. -『投網圖』(1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