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투망도投網圖』1969

<시> 아지랑이

洪 海 里 2005. 10. 28. 10:09
아지랑이


洪 海 里




봄이 타서 날아다닐 때면
날아다니는 것이 너무 많아
머리에 와서도 걸리고
가슴에도 와 닿는다
가난한 집의 계집애들도
고속도로를 타고 도시로 날아가
꽁지 빠진 닭처럼 뒤뚱거리고
머리털도 눈썹도
바다 건너로 날아가다
우리 가슴에 와 닿는다
가로수도 산도 날아간다
상채기진 날개를 퍼덕이며
도시는 교외선을 타고 날아가
퍼런 보리밭 위에 뒤엉켜
펄펄펄 몸을 비비며 아지랑이로 탄다
망치 소리에 깨어지는 돌의 혁명도
그 검은 손도
어이없이 날아가다
우리네 두개골을 울린다
자유도 날아간다
나도 날아가 뒤엉켜 탄다
봄이 타서 날아다닐 때면
날아다니는 것마다 자유를 벗어나
모든 것이 날아가 탄다.
-『投網圖』(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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