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3

약속 -치매행致梅行 · 23​ / 정일남(시인)

약속 -치매행致梅行 · 23​ 洪 海 里​ 언제 여행 한번 가자 해 놓고,​ 멋진 곳에 가 식사 한번 하자 해 놓고,​ 봄이면 꽃구경 한번 가자 해 놓고​ 지금은 북풍한설 섣달그믐 한밤입니다.​ ​ * 홍해리 시인의 아내는 불과 사오 년 전만 해도 서울시내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였다 한다. 집에서는 세 아이의 어머니며 시인인 남편의 뒷바라지를 했던 현모양처였다, 자식들 키워 며느리도 보고 손자 손녀도 커가는 행복한 집안이었다, 그래서 정년퇴직도 했다. 그동안 이루지 못 했던 여행도 하고 여유롭게 살 일만 남았던 것이다. 그런데 아내가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건망증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기억력 감퇴에 실어증 증세까지 나타났다. 언젠가 홍해리 시인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