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국현 5

여국현 저『강의실 밖으로 나온 영시(1·2)』表辭

여국현 著 『강의실 밖으로 나온 영시(1·2)』 지난 몇 해 동안 월간 《우리詩》에 연재된 여국현 교수의「영시 해설」에 소개되는 시를 읽으면서 나는 60년대 초의 강의실로 되돌아가 있었다. 그때는 그렇게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었던 작품들을 우리말의 맛깔스런 말맛을 살린 여 교수의 유려한 번역으로 만나게 되니 마치 우리 시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번역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작업인가. 더구나 시의 번역은 원시原詩의 맛과 향기를 놓치기 쉬우니 더욱 그렇지 아니한가. 「세상과 자연 속에서 사랑하며」, 「인생, 삶과 죽음 사이 아름다운 청춘」이란 부제를 단 『강의실 밖으로 나온 영시(1·2)』에서 사랑, 자연, 사회, 인생, 미美, 삶과 죽음을 다룬 주옥같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에 엮은 두 권의 해설서가 ..

시는 곡이다 / 여국현(시인)

시는 곡이다 - 홍해리, 「치매행致梅行」에 붙여 여 국 현 시는 곡曲이다 시는 곡哭이다 곡哭 같은 곡曲이요 곡曲 같은 곡哭이다 아름다워 그렇다 슬프기에 그렇다 마음이 춤을 추는 곡曲이요 온몸이 토혈吐血하는 곡哭이다 곡曲이 곡哭이 되면 울음이 솟고 곡哭이 곡曲이 되면 비가 내린다 곡哭이 된 곡曲을 듣는다 곡曲이 된 곡哭에 젖는다 가슴을 울리고 가슴을 울리는 시는 곡이다 - 월간《우리詩》(2020. 9월호.)

詩化된 洪海里 2020.08.23

홍해리 시집,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여국현(시인)

홍해리 시집,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놀북, 2020, 10,000원) 다시 "치매행致梅行"이다. 마지막 "치매행致梅行"이라 한다. 421편의 울음 같은 노래가 마지막이라 한다. 시는 곡曲이다. 시는 곡哭이다. 곡哭 같은 곡曲이요, 곡曲 같은 곡哭이다. 아름다워도 그렇다. 슬퍼도 그렇다. 부르지 않을 수 없어 부르는 곡曲이요, 어쩔 수 없어 울부짓는 곡哭이다. 곡曲이 곡哭이 되면 가슴을 치고 곡哭이 곡曲이 되면 가슴을 울린다. 곡哭이 된 곡曲을 듣는다. 곡曲이 된 곡哭을 듣는다. 가슴을 치고 가슴이 울리는 까닭이다. ---- 별리里別를 찾아서 -치매행致梅行 · 386 洪海里 이별離別은 꺼꾸로 하라 그러면 別離가 아닌 별리別里라는 마을이 된다 이별을 한다는 것은 가슴속에 또 하나의 마을을 짓는 일 껴안..

홍해리,『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놀북, 2020)/여국현(시인)

홍해리,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놀북, 2020) 다시 "치매행致梅行"이다. 마지막 "치매행致梅行"이라 한다. 421편의 울음 같은 노래가 마지막이라 한다. 시는 곡曲이다. 시는 곡哭이다. 곡哭 같은 곡曲이요, 곡曲 같은 곡哭이다. 아름다워도 그렇다. 슬퍼도 그렇다. 부르지 않을 수 없어 부르는 곡曲이요, 어쩔 수 없어 울부짓는 곡哭이다. 곡曲이 곡哭이 되면 가슴을 치고 곡哭이 곡曲이 되면 가슴을 울린다. 곡哭이 된 곡曲을 듣는다. 곡曲이 된 곡哭을 듣는다. 가슴을 치고 가슴이 울리는 까닭이다. ---- 별리里別를 찾아서 -치매행致梅行 386 洪 海 里 이별離別은 꺼꾸로 하라 그러면 別離가 아닌 별리別里라는 마을이 된다 이별을 한다는 것은 가슴속에 또 하나의 마을을 짓는 일. 껴안아야 할 사람과 떠나..

홍해리 시집『치매행致梅行』읽기 / 여국현(시인)

오늘도 한 권의 시집을 읽는다. 아니 삶을 본다. 일흔여덟 노시인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부인에게 바친 연서. 시집 제목이 (홍해리, 황금마루, 2015) 이다. 치매(癡呆)가 아니다. 까닭은 동봉한 "시인의 말"을 참고하시길. 150편의 시가 두툼한 시집 한 권을 채우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소넷 연작시 Sonnet이 154편,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애도하는 테니슨의 In Memorium이 134편이라는 사실이 문득 떠오른다. 사랑이건 죽음이건 한 존재의 삶을 제대로 사랑하려면 적어도 이 정도의 마음 시간은 들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달리 말이 필요없다. 해에 무슨 조명이 달리 필요할까. 삶이 그저 글이 되고, 그 글이 그저 시가 되는 순간을 산다는 것, 누구에게도 아프기만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