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홍해리,『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놀북, 2020)/여국현(시인)

洪 海 里 2020. 6. 1. 12:18

홍해리,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놀북, 2020)

 

다시 "치매행致梅行"이다. 마지막 "치매행致梅行"이라 한다.
421편의 울음 같은 노래가 마지막이라 한다.

 

시는 곡曲이다.
시는 곡哭이다.

 

곡哭 같은 곡曲이요,
곡曲 같은 곡哭이다.

 

아름다워도 그렇다.
슬퍼도 그렇다.

 

부르지 않을 수 없어 부르는 곡曲이요,
어쩔 수 없어 울부짓는 곡哭이다.

 

곡曲이 곡哭이 되면 가슴을 치고
곡哭이 곡曲이 되면 가슴을 울린다.

 

곡哭이 된 곡曲을 듣는다.
곡曲이 된 곡哭을 듣는다.

 

가슴을 치고
가슴이 울리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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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리里別를 찾아서
-치매행致梅行 386

 

洪 海 里

 

이별離別은 꺼꾸로 하라
그러면 別離가 아닌
별리別里라는 마을이 된다
이별을 한다는 것은
가슴속에
또 하나의 마을을 짓는 일.

 

껴안아야 할 사람과
떠나보내야 할 사람을 위하여
별리別里를 찾아
별과 별 사이를 헤내는 이
우두망찰 서 있을 때도
이 별과 저 별을 노래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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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치매행致梅行 391

 

이별은 연습을 해도 여전히 아프다

 

장애물 경주를 하듯 아내는 치매 계단을
껑충껑충 건너뛰었다

 

“네가 치매를 알아?”
“네 아내가, 네 남편이, 네 어머니가, 네 아버지가
너를 몰라본다면!”

 

의지가지없는 낙엽처럼
조붓한 방에 홀로 누워만 있는 아내

 

문을 박차고 막무가내 나가려들 때는
얼마나 막막했던가

 

울어서 될 일 하나 없는데
왜 날마다 속울음을 울어야 하나

 

연습을 하는 이별도 여전히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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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연습
-치매행致梅行 405

 

슬퍼도
아파도
기뻐도

 

말로
몸으로
마음으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눈물로
울음으로
연습하며

 

사는 일,
삶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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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치매행致梅行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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