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연 3

동백꽃 속에는 적막이 산다

동백꽃 속에는 적막이 산다 洪 海 里     뚝!                                        * 여연 시인 페북에서 옮김. * 사실 제주에서 동백꽃은 이르면 11월말에 피어나기도 하는데, 꽃가루받이 수정이 끝나면 임무를 끝냈다는 듯이 ‘뚝!’ 소리 없이 지고 만다. 그러나 한겨울 추울 때는 매개 곤충(벌)이나 새(동박새)들이 안 와, 기온이 내려가면 꽃잎 끝이 얼어서 시들고 말라버릴 때까지도 임을 기다린다.   요즘은 여러 가지 원예종 동백이 들어와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가 칙칙하게 말라 비뚤어진 채로 나무에 달려 있는 것도 있고, 가을부터 봄까지 쉴새없이 피는 것들도 많다. 반면, 날씨가 따뜻해서 제때 후드득 떨어지는 재래종 동백이 상대적으로 줄고 있다.- https://jib..

매화 아래 선 시인 / 如然

매화 아래 선 시인 如 然  시인은 혼자서 밥을 먹고혼자 술을 마시는 것을무척 싫어한다그래서 사무실에 나가면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신다아무도 없는 날에는누구든지 함께먹고 마셔 줄 사람이곁에 있어야 할 것만 같아서술 한 잔 못하는 나는오늘도 시인과 마주 앉아가난한 시인의 밥을 축낸다막걸리 반 잔 내 앞에 따라 놓고시인이 막걸리 병을 다 비울 때까지나는 야금야금 안주만 먹는다침묵하는 시인의 속내가 두려워이것저것 시답잖은 수다도 떤다시 같지 않은 시를 들고 가서이건 어때요 저건 어때요괜스레 시인의 머리를 어지럽힌다오늘만큼은 시름 모두 내리시고피곤한 몸으로 퇴근하시어죽음처럼 달콤한 잠 주무시고아침에 해 뜨면 눈 뜨시라고매화 방긋 벙글 때허허 웃으시라고. - 홍해리 시 「역설  - 致梅行 · 230」을..

詩化된 洪海里 2020.08.12

정곡론正鵠論

* 솔개 : http://cafe.daum.net/howillust에서 옮김.    정곡론正鵠論  洪 海 里  보은 회인에서 칼을 가는 앞못보는 사내안 보이는데 어떻게 일을 하는지요귀로 보지요날이 서는 걸 손으로 보지요그렇다눈이 보고 귀로 듣는 게 전부가 아니다천천히 걸어가면보이지 않던 것언제부턴가 슬몃 보이기 시작하고못 듣던 것도 들린다눈 감고 있어도 귀로 보고귀 막고 있어도 손이 보는 것굳이 시론詩論을 들먹일 필요도 없는빼어난 시안詩眼이다잘 벼려진 칼날이 번쩍이고 있다.    - 월간《우리詩》2019. 12월호.  * 과녁의 한가운데를 일컫는 정곡(正鵠)이란 말은 활쏘기에서 나온 말이다. 과녁 전체를 적(的)이라 하고 정사각형의 과녁 바탕을 후(候)라고 한다. 그 과녁 바탕을 천으로 만들었다면 포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