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계 바닷가에서 2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 옥계 바닷가에서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_ 옥계 바닷가에서 洪 海 里 바다가 파도로 북을 치고 있었다 하늘과 땅이 두 쪽의 입술이었다 밤이 되자 별들이 하나, 둘씩 반짝이고 있었다 떠들썩하던 천년 소나무들이 바다를 읽고 있었다 달빛 밝은 우주의 그늘에서 두 쪽의 입술이 잠시 지상을 밝혀 주었다.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혼자서 우는 것은 곡哭뿐이다 ‘哭’에는 개 머리 위에 두 개의 입이 있다 이쪽은 저쪽이 있어서 운다 쪽쪽 소리를 내는 것은 존재를 확인하는 일 쪽은 색을 낼 때만 쓰는 것이 아니다. ―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 아마 ‘옥계 바닷가’의 밤 풍경인 듯하다. 세상은 잠들어 고요하나 하늘에는 별과 달이 다투어 빛나고, 밤바다는 파도로 일렁이며 밀려왔다 몰려가며 철썩대고 있었으리라. 사실 밤바다..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 옥계 바닷가에서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 옥계 바닷가에서 洪 海 里 바다가 파도로 북을 치고 있었다 하늘과 땅이 두 쪽의 입술이었다 밤이 되자 별들이 하나, 둘씩 반짝이고 있었다 떠들썩하던 천년 소나무들이 바다를 읽고 있었다 달빛 밝은 우주의 그늘에서 두 쪽의 입술이 잠시 지상을 밝혀 주었다.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혼자서 우는 것은 곡哭뿐이다 '哭'에는 개 머리 위에 두 개의 입이 있다 이쪽은 저쪽이 있어서 운다 쪽쪽 소리를 내는 것은 존재를 확인하는 일 쪽은 색을 낼 때만 쓰는 것이 아니다. - 시집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움,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