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2016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 옥계 바닷가에서

洪 海 里 2011. 9. 4. 05:16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 옥계 바닷가에서

 

洪 海 里

 

 

바다가 파도로 북을 치고 있었다

하늘과 땅이 두 쪽의 입술이었다

밤이 되자 별들이 하나, 둘씩 반짝이고 있었다

떠들썩하던 천년 소나무들이 바다를 읽고 있었다

달빛 밝은 우주의 그늘에서

두 쪽의 입술이 잠시 지상을 밝혀 주었다.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혼자서 우는 것은 곡뿐이다

'哭'에는 개 머리 위에 두 개의 입이 있다

이쪽은 저쪽이 있어서 운다

쪽쪽 소리를 내는 것은 존재를 확인하는 일

쪽은 색을 낼 때만 쓰는 것이 아니다.

 

 

 - 시집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 2016)

* 임교선 시인의 페북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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