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무 2

가을 들녘에 서서

가을 들녘에 서서 洪 海 里  눈멀면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 버리고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스스로 빛이 나네.     - 월간 《牛耳詩》 2002. 11월호(제173호) 게재.    - 시집 『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 월간 《牛耳詩》는 2007년 1월 우이시회가 사단법인 우리詩진흥회로 바뀌면서 시지의 명칭도 《우리詩》로 변경했음.

난초 / 정형무(시인)

난초 정형무(시인) 매란국죽 중에서 매화, 난초, 국화는 그윽한 향기가 제각각 일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려말 무렵부터 란을 재배하기도 하고 사군자 중 하나로 묵란을 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여성의 이름에도 ‘란蘭’이 들어가면 예쁩니다. 난설헌蘭雪軒은 말할 것도 없고, 제 경우에도 윤동주의 ‘패.경.옥’처럼 ‘란’과 함께 떠오르는 이름이 몇 있습니다. 신석정 시인도 그랬나 봅니다. 난蘭이와 나는 산에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밤나무 소나무 참나무 느티나무 다문다문 선 사이사이로 바다는 하늘보다 푸르렀다. 난蘭이와 나는 작은 짐승처럼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짐승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같이 바라다보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작은 짐승’ 중에서) 기억을 잃어가는 병상의 아내에게 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