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서處暑 지나면 洪 海 里 처서 지나면 물빛도 물빛이지만 다가서는 산빛이나 햇빛은 또 어떤가 강가 고추밭은 독이 오를 대로 오르고 무논의 벼도 바람으로 꼿꼿이 섰다 이제는 고갤 숙이기 위하여 맨 정신으로 울기 위하여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는 강물은 무엇이 그리 급한지 반짝반짝 재재재재 몸을 재끼면서 그리움도 한 움큼 안고 쓸쓸함도 한 움큼 안고 ‘사랑이란 늘 허기가 져!’ 하며 물결마다 어깨동무를 한다 다리 밑 소용돌이에 물새 몇 마리 물속에 흔들리는 구름장 몇 점 가자! 가자! 부추기는 바람소리에 흘러가는 물결이여, 세월이여 처서 지나면 모든 생이 무겁고 가벼운 이 마음의 끝 한탄강에 와 한탄이나 하고 있는가. -시집『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 처서處暑 洪 海 里 풀벌레마다, 쓸쓸 쓸쓸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