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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한시초燕閒詩草

연한시초燕閒詩草 洪 海 里  근심도 걱정도 없어몸과 마음이 편안하다면 천둥 번개도 치지 않고비바람도 불지 않을 것을 허기는 하루에도 몇 번씩 지고비박한 세상은 채워지지 않으니 내가 내 입에 떠 넣어야 밥인데섣달 그믐달이 정월 초승달만 보네.  * 혼자 저녁을 먹고 오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을사 정월 초닷새 초승달이 떠 있다.집 뒤 삼각산은 눈으로 덮여 나이가 몇 살 더 먹은 듯하나 힘은 더 세어 보인다.사람 사는 일이 너나 나나 별것 없다.초승달도 금세 그믐달이 되고 만다.

완정完精

완정完精 洪 海 里  살아 있는 악기도 세월은 어쩔 수 없다완벽한 것이 어디 있는가영원이란 게 있기는 한가봄 여름 가을의 꿈이 다 말라붙은 후한겨울에 드디어 나무는 완정完精을 이룬다. 세상과 세월이 나무의 속을 둥글게 채웠으니잎이 다 졌다고 그냥 간 것이 아니다텅 빈 나무 한 그루 죽은 듯 운다, 완정이다들리지 않는 소리 흰 구름 따라유유자적 바람의 세월을 가고 있다.  * 또 한 해가 왔다.뱀띠인 내가 몇 번째 맞는 띠해인 것인가!사람의 한평생이 참으로 벌것 아니다.한 해가 네 계절, 열두 달, 삼백예순다섯 날로 끝나지 않는가!이제부터 나는 '나무띠'로 살고 싶다.띠 가운데 나무띠는 없으니 나 혼자 사용하기로 하자.나무 중에 참나무가 좋다.

봉은사 화요정기법회 법문 /불기 2568년 11월 5일

봉은사 화요정기법회 법문 / 공일스님[불기 2568년 11월 5일 화요정기법회]오늘 법회 시작하기 전에 시 한 편 읽어드리겠습니다.홍해리 시인의 ‘가을 들녘에 서서’라는 제목의 시입니다.“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다 주어 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이 시인은 '가을 들녘에 서서' 우리 내면의 아름다움, 황홀함을다시 한 번 깊이 보려면 자기 자신을 텅 비워 내려놓아야 한다 생각한 것 같아요.서울청 근처 광화문일대는 각종 행사 뿐만 아니라평소에도 집회가 많이 있어서 경찰관분들 많이 바쁘실 듯합니다.우리 불자님들 '가을 들녘에 서서' 내 삶을, 내 생각을 비워내면서 우리 내면을,또 바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