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시그림> 첫눈 / 洪海里

洪 海 里 2006. 11. 7. 05:43

 

출처 : 배스 향기~
글쓴이 : 드라마 a 원글보기
메모 :

첫눈

 

洪 海 里

 

 

마지막 속옷까지 
막 벗어 놓고
처음으로 속살을 내보이는
小雪날 저녁
방안 기온은 급강하
밖엔 꼿꼿이 서서
떨고 있는 나무들
따스한 젖가슴으로 
하늘을 쓸고*
지상을 다숩게 쓸다**
깊고 고운 꿈까지 쓸어***
반짝이는 하얀 잠으로
자지러지는
첫날밤의 이부자리.

 

*깨끗이 하다
**문지르다
***휩쓸다

 

(『투명한 슬픔』1996)

 

 

 

첫눈은 신파조로 온다

 

洪 海 里

 

 

드디어
그대가 오고
신파조로
첫사랑 순정으로

처음 그대를 맞는
떨리는 눈빛
속살빛 바람

무슨 명사가 필요하랴
아니, 감탄사가 필요하랴
설레이는 부끄러움

촉촉한 입술 사이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어
천지가 향기롭구나

휘청대는 대지 위
목숨 걸고 내리는 너
언뜻 와 닿는
서늘한 손길

네 눈빛이 터져
허공에 뿌려지는
여기는 
백옥의 궁전
그대는 초야의 왕비

눈을 감고 있어도
더욱 황홀한 영혼으로
그대는 온다
신파조로
첫사랑 순정으로.

 

 (『난초밭 일궈 놓고』1994)

 

 

 

첫눈

 

洪 海 里

 

 

하늘에서 누가 피리를 부는지 
그 소리 가락 따라
앞뒷산이 무너지고
푸른빛 하늘까지 흔들면서
처음으로 처녀를 처리하고 있느니
캄캄한 목소리에 눌린 자들아
민주주의 같은 처녀의 하얀 눈물
그 설레이는 꽃이파리들이 모여
뼛속까지 하얀 꽃이 피었다
울음소리도 다 잠든
제일 곱고 고운 꽃밭 한가운데
텅 비어 비어 있는 자리의 사내들아
가슴속 헐고 병든 마음 다 버리고
눈 뜨고 눈먼 자들아
눈썹 위에 풀풀풀 내리는 꽃비 속에
젖빛 하늘 한 자락을 차게 안아라
빈 가슴을 스쳐 지나는 맑은 바람결
살아 생전의 모든 죄란 죄
다 모두어 날려 보내고
머릿결 곱게 날리면서
처음으로 노래라도 한 자락 불러라
사랑이여 사랑이여
홀로 혼자서 빛나는 너
온세상을 무너뜨려서
거대한 빛
그 無地한 손으로 언뜻 
우리를 하늘 위에 와 있게 하느니.

 

(『花史記』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