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겨울바다

洪 海 里 2006. 11. 16. 20:07
 

겨울바다

 

洪 海 里

 

갈치 비늘 풀어 한 말
하늘 가득 띄워 놓고
사납게 사납게 부서지는 바람
사해에서 칼을 물고 달려오고 있었다.
수천의 빛이 깨어져
그 빛의 바다마다 하늘이 흔들리고
하얀 이마를 부딪고 있는 파도
맨살로 엉겨 허덕이고 있었다
자잘한 물고기 떼 깊이 갈앉고
바닷개들만 푸른 불을 뱉고 있었다
눈 먼 새가 수없이 익사하고 있었다
비늘 떨어진 상어 떼가
제 소릴 잃고 헤매이는 무릴 위해
긴긴 밤 뜬 눈으로
죽은 새의 하얀 뼈를 추리고 있었다
파란 불이 난다 허무의 바다여
일진일진 파도를 핥으며
익숙한 수부의 그물을 빠져나온 바람이
바닷속으로 한없이 떨어져 내려
그곳에 묻히는 어둠을 깨고 있었다
밤이면 수 천 수 만리 밖
수 천의 수 만의 바다
바다마다 잠깨인 고기 떼가 일어서고 있었다.

 

(시집『花史記』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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