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텅 빈 귀

洪 海 里 2006. 11. 18. 16:30

텅 빈 귀

 

홍 해 리

 

 

밤낮없이 시장기가 드는 나의 귀
바람소리 폭포소리만 귓전을 친다
우리는 귀를 막고 우리는 들으려 한다
죽은 소리는 소리가 아니다
천 리 만 리 밖에서도 가득차오는
산 소리가 하늘빛 깨치면서
산빛으로 물빛으로 달려가고 있다
죽은 꽃이 떠가는 허공중으로
목금을 찍고 있는 까치 몇 마리
새벽녘이 그들의 광장이라면
사내야 눈감고 달려가는 사내야
길이 보이느냐 죽음으로 가는 길이
텅 빈 귀에 난 길을 타고
달려가는 바람소리는 뜨겁다.

 

(시집『우리들의 말』1977)

 

'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수봉을 보며  (0) 2006.11.18
귀뚜라미  (0) 2006.11.18
백목련  (0) 2006.11.18
메밀꽃  (0) 2006.11.18
춘곤  (0) 2006.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