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詩』와 우이시낭송회

[스크랩] 『우리시』2007 신년호 [제223호]

洪 海 里 2007. 3. 23. 04:41


푸른 바다로 배를 민다 / 홍해리

 

1986년 <우이동 시인들> 결성

  1986년 서울의 진산인 북한산 골짜기 우이동에서 소리치면 서로 들을 수 있는 거리에 살고 있던 이생진, 임보, 홍해리, 채희문, 신갑선 시인이 <우이동 시인들>이라는 동인을 만들고 이듬해인 1987년 3월 동인지 [우이동牛耳洞]제1집을 간행했다.

  그리하여 창간호 간행 기념으로 5월 29일 우이동 덕성여대 입구에 자리한 커피숍<파인웨이>에서 시낭송회를 갖게 되었는데 그것이 "우이시낭송회牛耳詩會"의 효시가 되었다. 그 자리에는 <우이동 사람들>외에 황금찬, 정성수, 박정만, 박민수, 문효치, 손보순, 김년균, 윤강로, 황도제등 여러 시인들이 참가했다. 제2회 시낭송회는 동인지 제2집을 간행하고 1987년 10월30일(금)우이동에 있는 <명동>다방에서 였는데 동인 외에 박희진, 추명희, 황도제, 이무원, 김동호, 정성수 시인등이 참석했다.

  그 뒤 20여 회를 진행하는 동안에 낭송을 활성화하기 위해 국악인들도 동참하게 되었다. 대금의 송성묵, 단소의 윤문기, 고수의 장영철 등이다. 제21회부터서는 <우이동 시낭송회>가 우이동을 벗어나 인사동으로 진출하게 된다. 보다 많은 청중들을 확보하기 위한 모색이었다. 국악인들도 많이 참여하여 낭송회의 명칭도 <한넋예술마당>으로 바꾸어 종합예술공연으로까지 확대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제 51회부터 장소를 도봉 도서관 시청각실로 정하고 매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5시로 시간을 바꾸었다.

 

우이동 발간지 발간

  그간 <우이동 시인들>의 동인활동은 1987년 봄부터 시작된 작품집 발간을 춘추로 계속해 왔다. 제1집부터 7집까지는 제호를 "우이동"으로 하다 8집부터는 제호를 바꿔가며 25집인 [너의 광기狂氣에 감사하라]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결호를 내지 않고 작업을 지속한 것은 우리 동인지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일로 여겨진다.

  초창기부터 함께 활동을 하던 신갑선 시인이 6집까지 참여하고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고 나서 이생진, 임보, 홍해리, 채희문 네 명이 25집(1999년 6월)까지 활동을 계속해 오다 동인회 활동과 시낭송회 활동의 이원화 현상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해소코자 잠정적으로 동인지 발간을 쉬게 되었다. 대신 월간 [우이시牛耳詩]를 활성하고자 회원 모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시화제와 단풍시제

  <우이시낭송회>의 특성은 매월 정규적인 시낭송을 하는 외에도 연례행사로 봄과 가을철에 북한산록의 시제터인 "우이도원牛耳桃源"에서 <시화제詩花祭>와 <단풍시제丹楓詩祭>를 갖는다.백화가 만발하는 봄과 천자만홍의 단풍철에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면서 그러한 자연을 주신 천지신명께 감사하며 시와 노래와 춤으로 제를 올리는 의식이다. 자연 속에서 갖는 시의 축제 마당이라고 할 수 있다.

  의식의 순서는 천지신명께 올리는 시와 음악과 춤, 축문과 "우이동 선언문" 낭독에 이어 헌작 순서로 진행된다. 축문과 "자연과 시의 선언문"의 내용을 보면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시의 방향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참고로 "축문과 자연과 시의 선언문"을 전재한다. 내용은 봄가을에 따라 약간 바뀌기도 한다.

 

축문 祝文

개벽開闢 이래 억천만 년 병술丙戌 11월 초닷새날

삼각산하三角山下 선남선녀善男善女 자연自然 사랑 시詩 사랑패

천지신명天地神明께 고합니다.

천신天神 지신地神 일월성신日月星神 산신山神 수신水神 인신人神 목신木神

악신樂神 시신詩神 들으소서.

벽공청운碧空靑雲 만산홍엽滿山紅葉 천고기풍千古氣風 여전하나

인간속인人間俗人 탐욕으로 물고 뜯고 헐고 찢어

산수山水 자연自然을 황폐하고

기는 짐승 나는 짐승 초목군생草木群生 다 시드네.

신명神明이시여 살피소서

위엄威嚴으로 다스리고 사랑으로 다스리어

정치政治쟁이 맘 비우고 장사치들 욕심 덜고

이웃 사랑 자연 사랑 밝은 세상 만들어서

나라로는 통일성취統一成就 세계로는 인류人類 화평和平

사람에겐 사람 세상 동물에겐 동물 세상

초목草木에겐 초목 세상 시詩쟁이들 시詩 세상

풍각쟁이 풍류風流세상

태고太古 태평太平 천지天地 자연自然 다시 찾게 하옵소서

오늘 만산홍엽의 삼각산三角山 기슭에서

시詩쟁이들 시詩로 읊고 풍각쟁이 풍악風樂 울리며

박주소찬薄酒素饌이나 정성으로 천지신명天地神明께 올리오니

크게 흠향歆饗하옵소서.

 

자연自然과 시詩의 선언宣言

  자연自然은 생명生命의 모태母胎요 삶의 터전이다. 모든 생명체는 어머니인 자연의 품속에서 복된 삶을 누릴 수 있는 천부天賦의 권리를 부여받았다. 반면에 만유萬有가 공유共有할 수 있는 자연을 성스럽게 보전해야 할 의무도 또한 지고 있다. 그런데 지상의 영장임을 자처하는 간악한 인간의 무리들은 문명문명과 개발이라는 미명美明 아래 흐르는 강을 막고 푸른 산을 헐며, 무쇠로 수레와 배를 만들어 수륙을 넘나들고 강철로 날개를 지어 창공을 가르면서, 어머니 자연의 가슴을 물고 뜯어 만신창이滿身瘡痍를 만들고 말았다. 그리하여 생명의 근원인 물과 공기는 썩어 가고 대지와 초목군생草木群生들은 병들어 시들고 있지 않은가. 무너지는 자연과 함께 임간의 종말이 머지 않았음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사실인데, 아직도 그 위기를 깨닫지 못한 몰지각沒知覺한 인간들은 눈앞의 사소한 이익에만 사로잡혀 서로 자연훼손自然毁損의 경쟁을 벌이고 있으니 아, 통탄할 일이로다. 이제 인간들은 지상의 영장靈長이 아니라 그들의 모체母體를 허무는 패륜아悖倫兒요 신神의 뜻을 거역하는 범법자犯法者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니 대지를 갉아 먹는 좀벌레요, 죽음의 덫을 쌓아가는 무지한 도깨비에 지나지 않는다.

  암담한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며 전율을 느끼는 우이동牛耳洞 시인詩人들이 오늘 북한산 자연의 품속에 안겨 외치노니, 몽매한 인간들이여, 네 생명의 젖줄인 자연을 섬겨라. 자연을 보는 네 눈이 아직도 닫혀 있다면 세상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저 산야山野의 눈부신 단풍들을 보라. 신의 뜻 생명의 외경畏敬이 여기 넘치나니 그대가 지은 어떤 마천루摩天樓의 모래성도 한 이파리 저 단풍의 신비를 따를 수는 없으리라. 단풍은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시詩다. 이 시가 막힌 네 가슴을 열지니 돌아와 무릎을 끓고 자연 앞에 경배敬拜하라.

  아, 무엇이 이 세상을 이 처럼 황폐하게 만들었는가 . 인간 심성의 각박함이로다. 이기적利己的인 탐욕에 눈이 멀어 사랑으로 세상을 보는 시의 마음을 잃은 탓이로다. 각박한 인간들이여, 그대들의 가슴속에 깊이 잠들어 있는 시의 불씨를 깨우라. 시의 불씨가 타오르면 겨울 들판처럼 얼어붙은 그대들의 가슴에 해동解東의 물결이 일렁이고, 머지않아 백화百花가 난만爛曼한 따스한 봄 동산을 얻으리라. 시는 인간의 아름답고 순수한 심성心性이 빚어낸 꽃이요. 이 지상에 평화를 심는 사랑이다. 시로 쓰인 연두교서年頭敎書, 시로 된 법전法典, 시로 이루어진 신문기사新聞記事, 시로 외치는 행상인行商人의 목소리-그러한 시인공화국詩人共和國은 없는가. 그러한 세상은 자연과 인간과 만휘군상萬彙群像이 한데 어울려 뒹구는 평화의 낙원樂園이 아니겠는가.

  사람들이여, 자연을 사랑하는 시의 마음을 어서 일깨우라. 그대의 아름다운 심성이 암담한 절망으로부터 세상을 구원하리라. 단풍은 자연이 빚은 아름다운 시요, 시는 사람들이 피운 아름다운 단풍잎이다.

 

2006년 11월 5일

우이시회牛耳詩會 회원들

우이시회 구성 및 시낭송회

아무튼 <우이시회>는 시낭송 행사를 2007년 1월 현재 제223회를 기록하면서 우리나라의 유수한 시낭송회의 하나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회원은 정회원과 준회원으로 구분하고 정회원은 기성문인 및 예술인으로 구성되며 준회원은 시와 예술을 사랑하는 일반인으로 되어 있다. 현재 정회원은 고문에 김종길, 이생진, 박희진, 고창수 시인, 명예회장에 임보, 회장에 홍해리, 그리고 고미숙, 고성만, 권혁수, 김금용, 김동호, 김민형, 김삼주, 김석환, 김성덕, 김소양, 김신아, 김정화, 김준철, 김판용, 김한순, 나병춘, 남유정, 마경덕, 목필균, 박영원, 박정래, 박찬일, 백숙천, 송문헌, 신현락, 윤석주, 윤정구, 윤정옥, 윤준경, 이규흥, 이대의, 이무원, 이병기, 이성렬, 이영혜, 이인평, 임동윤, 장태숙, 정성수, 정숙, 조병기, 조성심, 채희문, 최상호, 최석우, 한수재, 한태호, 황근남, 황도제 등의 시인들과 주변 예술의 동참자로 김소리, 박흥순, 변규백, 송성묵, 송지영, 윤문기, 이순경, 임계순, 장수길, 장영철, 조영제, 하덕희 등 70여명에 이르고 있다. 한편 그동안 전국의 많은 시인들이 초대시인으로 참여하여 이 모임을 키워왔다. 뿐만 아니라 후원회원들의 적극적인 협조에 힘입은 바 크다. 이 자리를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우이시낭송회>의 출발은 <우이동 시인들>이라는 몇 시인들에 의해 주도되었지만 이제 전국 규모가 아닌 해외까지의 <우이시회>로 발전했고 또한 시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열려진 광장으로 성장했다. 누구든지 시와 예술을 좋아하는 이들은 함께 즐길 수 있는 모임으로 개방되어 있다.

시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가 대중들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다는 뜻이리라. 시가 독자들로부터 그렇게 외면당하게 된 그 첫 번째의 책임은 물론 시인들에게 있다.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들을 만들어낸다면 소설처럼 독자들의 사랑을 받지 못할 것도 없으리라.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시를 대중 속에 끌어들이려면 시와 대중들이 만나는 계기를 자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것이 시낭송회가 갖는 의미다. 그런데 그 낭송회가 재미없다면 어떤 청중이 그 행사에 다시 참석하고자 하겠는가. 시낭송행사가 음악회나 연극 못지 않게 재미있게 연출된다면 청중들은 자연이 모여들 것이고, 그런 모임들이 곳곳에서 활발히 일어난다면 시의 부활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매월 낭송일(마지막 토요일) 오후 3시부터는 낭송행사에 앞서 '시에 대한 담론'의 시간을 갖는다. 회원들의 새로운 체험담을 듣기도 하고, 미리 준비한 내용을 발표하고 토론하기도 하고, 지난호『牛耳詩』에 수록된 작품들에 대한 합평을 하면서 현대시의 문제점들을 논의하기도 한다. 이 자리 역시 열려져 있어서 회원이 아니라도 시에 관심있는 분들은 누구나 와서 담론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월간 시지『牛耳詩』발간

<우이시회>는 시낭송회이기는 하지만 1995년 7월 제85회부터『牛耳詩』라는 작품집을 발간하고 있기 때문에 낭송회에 직접 참여하기 어려운 국내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이나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는 시인들도 회원으로 가입하여 작품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앞으로 더 넓게 개방하여 순수시를 지향하는 많은 시인들이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시인의 고향(poetopia)'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현대시의 대중화와 한국시의 정체성을 이룩하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월간『牛耳詩』는 1999년 5월 정기간행물 등록(문화-라 08330호)을 필하고 명실상부한 잡지로서의 구실을 해 오고 있다.


 


편운문학상 본상 수상

이상과 같은 우리들의 노력의 결실로 2003년 문학단체로는 처음으로 제13회 <片雲文學賞> 본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그 심사평을 보면 '맑은 시의 샘물 <우이시회>'라는 제하에 "주지하다시피 '우이시회'는 1986년 창립된 이래 서정시를 살려감으로써 우리 시를 살찌게 하고 오늘날과 같은 불연속성의 시대, 불확적성의 시대에 있어서 인간회복 운동을 줄기차게 전개해 가고 있는 모임이라고 하겠다. 오늘날 날로 심화돼 가고 있는 문학의 권력화 또는 문단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라는 모순 또는 부조리에 맞서서 문학의 순수함과 시정신의 올곧음을 추구하면서 문학의 문학다움을 실천해 가고 있는 좋은모임이라고 판단되어 수상단채로 선정한 것이다.
이생진, 박희진, 임보, 홍해리 등 좋은 시를 써온 시인들이 중심이 되어 전개하고 있는 우이시회의 활동은 오늘날 나날이 권력화해 가는 시단 현상과 그 반대로 부정적인 징후들을 드러내는 모습들과 달리 문학의 문학성 또는 순수성을 견지함으로써 맑은 서정시의 샘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아울러 앞으로도 주변부의 중심부화라고 하는 이시대의 중심 명제를 올바르게 실천함으로써 문학의 자유와 평등의 구현을 위해 이바지해 나아갈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에서 이 모임을 수상자로 선정하였음을 부기해 둔다."라고 한 바 있다.


 


우리시회,『우리시』로!

우리들의 시에 대한 뜻을 더욱 널리 펴기 위하여 이번 신년호부터는 모임의 명칭을 <우리시회>로 바꾸고 잡지의 제호도『우리시』로 개제키로 했다. 그간 '우이동', '우이(牛耳)'라는 말 때문에 지역적이라고 폄하하는 주변 사람들의 말도 들었고 충고를 하는 소리도 없지 않았다. 사실 '우이'라는 말은 '쇠귀'라는 뜻 외에도 '일당·일파 등 한 동아리의 우두머리', '맹주(盟主), leader'를 뜻하는 말이다. 우리는 '우이를 잡'기 위한 노력을 이제부터 활발히 펼쳐 나아갈 것이다. 이제 푸른 바다로 출항의 뱃고동을 힘차게 울리고 거센 파도를 향해 거침없이 배를 밀고 나아가고자 한다.

출처 : 우리시(URISI)
글쓴이 : 은비 원글보기
메모 : 『우리시』2월호(제22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