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란(Bletilla striata)은
난초과(蘭草科 Orchidaceae)에 속하는 다년생초로
우리나라에서는 유달산 바위틈에서 자란다.
땅속줄기는 둥글고 육질(肉質)이며 속은 흰색이다.
잎은 긴 타원형으로 5~6개가 기부에서 서로 감싸며 난다.
잎은 길이가 20~30㎝에 달하고 세로로 많은 주름이 있다.
5~6월경 잎 사이에서 꽃대가 50㎝ 정도의 길이로 나와
6~7개의 홍자색 꽃들이 꽃대에 내리 핀다.
꽃은 지름이 3㎝ 정도이고 5장의 꽃잎은 모두 같은 모양이다.
중앙부의 입술꽃잎[脣瓣]은 쐐기 모양으로 윗부분은 3개로 갈라지고
가장자리는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다.
땅속줄기는 백급(白) 또는 백약(白藥)이라고 하여
각혈, 종창의 치료에 쓰인다. (李相泰 글)
♧ 자란(紫蘭) - 홍해리(洪海里)
너를 보면
숨이 멎는다
가슴속으로 타는
불꽃의 교태
심장을 다 짜서
혓바닥으로 핥고
하늘에 뿜어 올렸다
다시 초록으로 씻어
피우는 고운 불꽃
너를 보면
숨이 멎는다
현기증이 인다.
♧ 자란행(紫蘭行) - 홍해리(洪海里)
한번 꽃을 피우고 나면
가을이 오고
한 해가 기우는데
거리마다 외투깃 슬몃 올리는
허허한 시간
가을걷이 끝내고
혼불만 붙어 있는 빈 몸
더 밝은 빛을 위하여
속울음을 잠재우나니
자란자란 차오르는 보랏빛 그리움
따스한 대지의 보드라운 살에
꼬옥 꼭 박아 놓고 있나니.
♧ 자란(紫蘭)과 웅란(雄蘭) - 홍해리(洪海里)
같이 잠이 들고
함께 눈을 뜨는
구름 타고 빗속에 들고
빗속에서 꽃 속에 드는
꽃 속에서 꿈속에 들고
꿈속에서 하늘 오르는
잠들 때 곁에 있고
눈뜰 때 옆에 있는.
* 자란은 건란 가운데 잎이 처지는 종류이고
웅란은 잎이 꼿꼿이 서는 남성적인 난을 말함.
♧ 하란 개화(夏蘭開花) - 홍해리(洪海里)
진통의 밤이 지난, 새벽
문 열자 찰랑찰랑하던, 향기
드디어 넘쳐나네
먼먼 우주에서, 오는
그대의 입김
불립문자(不立文字)로 피어나네
외로운 넋으로
목을 뽑듯, 올리는
뽀얀 살빛의 염화미소(拈華微笑)이네
찬란한 비상을, 꿈구는
마음으로, 그리는
가슴에 화두(話頭), 하나
이 아름다운 충만
서늘한
축복이네!
♧ 난초꽃 피면 - 홍해리(洪海里)
봄이 오면
난초꽃 피고
그대 얼굴을 열면
옷깃에 찬 추위가 별것이랴
남녘에서 제비 떼 날아와
잘한다, 잘한다! 우지지는데
뿌리까지 흔들어
종소리 울리는
그대 가슴에 꽃이 피리야
보랏빛 종소리로 울리리야
이것 봐, 이것 봐라! 하며
고갤 쳐드는
저 여린 꽃대궁 어이하리야
그대 가슴에 피는 저 꽃을 어이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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