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스크랩] 비 오는 날 : 홍해리洪海里 / 박승류

洪 海 里 2007. 8. 30. 07:39

 

비 오는 날 / 홍해리洪海里

 


‘사랑밖에 난 몰라~~~’
심수봉이 울고 있다
사랑을 안다는 말인지
모른다는 것인지

 

사랑밖에 무엇이 있는가
사랑에 앉아 내다봐도
사랑은 보이지 않고

 

토란잎 옆자리
호박꽃이 피었다
길이 끊겨
꺽정이놈 같은 호박벌은 오지 않고

 

선술집 나이든 주모
애호박전 부쳐 놓고
밖을 내다보고 있는
다저녁때.


-월간<우리시>8월호

 

 

 

[시 감상]


비 오는 날의 심사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시입니다. 아주 쉽지요. 유행가 가사처럼 그냥 읽으면서 바로 그 뜻이 접수됩니다. 심수봉의 유행가가 시인의 심란함을 건드렸는지 심란함을 달래려고 유행가를 듣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무료하고 울적한 마음을 줄이려고 호박을 同志로 끌어 들입니다. 바로 물귀신 작전이지요. 꺽정이 같은 호박벌이 오지 못한다는 것으로 호박꽃 역시 비 때문에 몹시 심란할 것이라는 것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시인은 도대체 마음이 안정되지 않습니다.


비 오는 것을 보는 느낌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나이가 다르고 성장배경이 다르고 현재 처해진 환경이 다르므로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그중 특히 중년을 넘긴 세대들의 느낌은 어떠할까요? 아마 지천명도 이순도 불혹의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유로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남성이나 여성 모두가 성(性)을 상징하는 특유의 호르몬이 줄어들고 반대의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 심리적인 면에서 중성화되어 간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은 醫科學的으로 근거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호박을 끌어 들이는 물귀신 작전에도 달랠 길 없는 심사, 결국 실패한 시인은 이번에는 능청스럽게도 슬쩍, 선술집의 나이든 주모에게 자신의 심사를 모두 옮겨 놓고 뒷짐을 지고서 나는 ‘괜찮아’라고 합니다. 이쯤 되면 별 수 없지요. 인정해야 할 수 밖에요. 예, 홍해리 시인은 괜찮습니다. 심사가 울적한 건 주모나 호박의 이야기일 뿐······,  살아가다가 보면 이런 시가 눈에 들어 올 때가 있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반백을 넘긴 같은 세대(?)군요^^  -- 여 백

 

출처 : 우리시회(URISI)
글쓴이 : 여 백 원글보기
메모 : * 박승류, (『우리詩』2007.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