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 石榴 / 홍해리
줄 듯
줄 듯
입맛만 다시게 하고
주지 않는
겉멋만 들어
화려하고
가득한 듯
텅 빈
먹음직하나
침만 고이게 하는
얼굴이 동그란
그 여자
입술 뽀족 내밀고 있는.
<우리 詩 2007, 12, 제234호, 이달의 우리 시단 중에서>
이복기 화백의 유화그림
모과 木瓜 / 홍해리
과일전 망신이나 시킨다는
울퉁불퉁한 얼굴
속은 또 얼마나 시큼텁텁한가
조용히 묻혀 있는 기억 속
누렇게 부황 든 초등학교 순덕이
빛바랜 사진 한 장
그리움으로 고즈넉한 기억 저 편
눈을 흘기던 분홍빛 꽃잎
마음 둔 곳 어디던가
속내 드러내지 않고
떠나간 자리
오래 오래 번지는 추억이라는 향香.
< 우리 詩 2007, 12,제234호. 이달의 우리 시단 중에서>
흔적 / 홍해리
창 앞 소나무
까치 한 마리 날아와
기둥서방처럼 앉아 있다
폭식하고 왔는지
나뭇가지에 부리를 닦고
이쪽저쪽을 번갈아 본다
방안을 빤히 들여다보는 저 눈
나도 맥 놓고 눈을 맞추자
마음 놓아 둔 곳 따로 있는지
훌쩍 날아가 버린다
날아가고 남은 자리
따뜻하다.
< 우리글 대표시선 8 홍해리 시집 푸른 느낌표 !
* 1998 가을부터 2003 봄까지* 99쪽 >
홍해리 洪海里 1969년 시집 "투망도投網圖"로 등단
시집 "화사기花史記"/ "애란愛蘭"/ "봄 벼락치다"
"푸른 느낌표! "/ "무교동"/"우리들의 말"/ "대추꽃 초록빛"
" 투명한 슬픔"/"청별淸別"/ "은자隱者의 북"/ "산상영음"
"난초밭 일궈 놓고" 외 다수.
홈페이지.
블로그.
http://blog.daum.net./hong1852
http://blog.naver.com/poethong
현 * 사단법인 우리詩진흥회 월간 "우리詩" 발행인.
홍해리 시인은 워낙 천성적으로 겸손한 분으로 남에 관한 얘기를 하는 것을 아주 싫어하시고
자기의 시를 이렇게 옮겨 놓는 것을 별로 좋아하시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가 잘 읽혀지지 않는 요즘 세상을 살면서 이 혼탁한 시대, 시는 우리들의 유일한 위안이며,
구원이자, 우리들의 마음을 아주 부드럽게 순화시켜준다는 시의 기능을 통하여 감성과 지성을 잠시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라도 실례를 무릅쓰고 여기에 근작시 세편을 골라 노래 부름니다.
홍해리 시인은 왜 시를 쓰는가 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무슨 답을 주실지는 모르겠으나,
내 추측으로는 생명과 자연 속에 살아있는 뜨거운 정신과 감성으로 은밀한 우이동 세란헌洗蘭軒
도화동산의 수밀도 가슴 속 깊숙히 내장된 시향을 뽑아 내어 무수히 쏘고 또 쏘는 황홀한 시의 생성!
불꽃같은 심장으로 찍어 내는 황홀한 구두점 또는 푸른 느낌표를 찍는 끝없는 시작업에 손을 놓지 않으시는 열정으로 이해합니다만, 마치 은쟁반 위에 금,은 귀한 구슬로 올려져 구르는 이 분의 시는
오롯이 불길 심지가 되어 맑은 정화수 한 사발 차려진 상 앞에서
와아~ 와아~ 소리쳐 밀려 오는 가슴 벅찬 무리진 꽃불이라 느껴집니다.
자각으로 곧추서는 이 찬란한 불꽃으로 빈약하던 정신과 감정이 활활 타 오름을 어찌합니까 ㅡ
어찌합니까 ㅡ
저는 이러한 힘을 시의 노래로 구원받는 새로움의 아름답고 신묘한 모색이라고 생각합니다.
홍해리 시인님 좋은 시 많이 써 주셔서 우리라는 거창한 표현이 정녕 불편하시다면,
우선 이 사람의 정신과 영혼이라도 맑게 씻어주시면 어떠하신지요.
삼가 cosmoso 올림니다.
글 쓴이 * cosmos
ㅡ 서용석 아쟁산조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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