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번역시

<시> 패랭이꽃 한 송이 // 이대의 / 김한순

洪 海 里 2008. 3. 5. 19:36

패랭이꽃 한 송이

李 大 儀

상가집 뒷뜰
눈물로 진하게 핀
패랭이꽃
착한 사람들
문상 왔다 보고 가라는
가신 님 고운 마음 같아서
한 점 그리움 찍어두고 돌아섰네
마음속에 담아두고 왔네.



패랭이꽃
- 이대의 시인에게

洪 海 里

대의 시인이 두고 간
패랭이꽃 한 송이
장마철 반짝 드는 햇살처럼
가슴에 피다

먼길 돌아 돌아
여든 두 구비 지나
영원을 찾아서
시간을 세우고

길 없는 길을 따라
지평선을 넘어
무지개를 지나

허공 어디쯤 가고 계신
어머니
극성 더위 식혀 드리고자

패랭이 하나
씌워 드리오니

쓸쓸한 길
홀로 가시는 길
옷깃에 스며오는 서늘한

패랭이꽃 한 송이!
(2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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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인사

김 한 순

상가 뒷산에 핀
패랭이꽃 한 송이
문상간 나에게
미소짓고 있었네
어서 와요
잘 왔어요
이곳은 참으로 따뜻한 곳이예요
난 잘 있다 가요

저녁 햇살에 미소 띄우는
패랭이꽃 한 송이
상가 뒷산에서
반겨주고 있었네.


패랭이꽃 한 송이
- 김한순 시인에게

洪 海 里

어머니 가셔서
온통 세상이 적막한데,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부 고조부 계신
잔디마당
패랭이꽃 말없이 피어 있었다.

스물 세 해 기다리며
쓸쓸한 세월의 사랑으로
아버지가 피워올린
패랭이꽃이 문상객을 맞고 있었다.

숱한 자식들 다 어디 있는지
패랭이꽃만 피어서
한적한 산자락을 지키고 있었다.

삶과 죽음의 명암도
꽃 앞에선
안팎이 없는 빛이고 어둠일 뿐,

패랭이꽃만 말없이 피어 있었다.
(2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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