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번역시

<시낭송> 시인이여 시인이여

洪 海 里 2008. 6. 3. 19:06

    
    북한산 아래 우이동 골짜기에 있는 세란헌<洗蘭軒>은 
    洪海里 시인이 사는 집이다. 
    마음을 씻는 세심천<洗心泉>과 어울려 있다. 
    그의 시를 읽기에 앞서 시인이 살고 있는 이런 면면을 살피는 것은 
    시를 이해하는 한 단초가 된다. 
    특히 시집 전편에 깔려있는 난(蘭) 같은 기품과 
    세(洗)의 ‘씻는다’‘닦는다’란 말은 그의 시를 이해하는 중요한 코드이다. 
    여기서 그가 얼마나 ‘씻는다’에 몰입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시환(詩丸)'이란 부제가 있는 그의 시 「시인이여 시인이여」를 보자. 
    
    시 쓰는 일 부질없어 귀를 씻으면 
    바람소리 저 계곡에 시 읊는 소리 
    물소리 저 하늘에 시 읊는 소리 
    티 없이 살라는데 시 써서 무엇 하리 
    이 가을엔 다 버리고 바람 따르자 
    이 저녁엔 물결 위에 마음 띄우자 
     
    - 洪海里의 시「시인이여 시인이여」 일부 
    그는 다음과 같이 시환(詩丸)에 대해서 설명을 붙여 놓고 있다. 
    "우리 옛 시인들은 괴로운 일이나 슬픈 일을 시(詩)로 쓰고
    그 시를 쓴 종이를 찢어 환약(丸藥)처럼 똘똘 말아 환(丸)을 만들었다. 
    이 종이환을 시환(詩丸)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 시환을 냇가나 강가에 앉아 
    흐르는 물에 떠내려 보내고 괴로운 일을 잊곤 했다. 
    잊는다 하지만 어찌 시환을 흐르는 물에 떠내려 보낸다고 잊어지겠는가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이처럼 잊고 싶은 일이 있거나 
    증오ㆍ원한ㆍ시샘ㆍ불화를 씻고 싶을 때 
    그 사연을 적은 종이로 시환처럼 만들어 물에 떠내려 보냈다. 
    냇가에 사는 사람은 시냇물에 
    강가에 사는 사람은 강물에
     바닷가에 사는 사람은 바다에. 
    무당들이 불행이나 병환을 낫게 할 목적으로 
    그 액살을 적어놓은 부적을 작은 배에 실어 
    냇가나 강가, 바닷가에서 떠내려 보내는 것도 같은 이치에서였다. 
    감옥소에서 나온 자식을 냇가나 강가에 데려다가 발을 씻게 하는 행위라든가
    죽을 때도 흐르는 물에 몸을 던져 죽는 것도 같은 생각에서다. 
    이처럼 우리에게 있어 ‘흐르는 물’은 감정적인 것, 정신적인 것, 
    심지어 생명까지도 씻어 없애고 썩어 문드러지게 하는 정화작용을 했다. 
    세월을 ‘흐르는 물’이란 뜻으로 유수(流水)와 같다고 했다. 
    그 무엇이건 ‘흐르는 물’에 버리면 흘러 사라지고 
    썩어 문드러진다는 것이 한국인들의 전통적 사상이었다." 
    위의 글은 그의 시 정신이 어떠한 것인가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이쯤 되면 
    시인의 들고 나는 일용행사(日用行事)가 시 아닌 것이 없을 것이다. 
    난을 씻고 몸을 씻고 마음을 씻는 일이 하나같이 시가 될 것이다
    

<시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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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여 시인이여

- 시환(詩丸)

 

洪 海 里

말없이 살라는데 시는 써 무엇하리
흘러가는 구름이나 바라다 볼 일
산 속에 숨어사는 곧은 선비야
때 되면 산천초목 시를 토하듯
금결 같은 은결 같은 옥 같은 시를
붓 꺾어 가슴속에 새겨 두어라.


시 쓰는 일 부질없어 귀를 씻으면
바람소리 저 계곡에 시 읊는 소리
물소리 저 하늘에 시 읊는 소리
티없이 살라는데 시 써서 무엇하리
이 가을엔 다 버리고 바람 따르자
이 저녁엔 물결 위에 마음 띄우자.


* 시환(詩丸)


   우리 옛 시인들은 괴로운 일이나 슬픈 일을 시(詩)로 쓰고, 그 시를 쓴 종이를 찢어 환약(丸藥)처럼 똘똘 말아 환(丸)을 만들었다. 이 종이환을 시환(詩丸)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 시환을 냇가나 강가에 앉아 흐르는 물에 떠내려 보내고 괴로운 일을 잊곤 했다.

   말이 잊는다 하지만 어찌 시환을 흐르는 물에 떠내려 보낸다고 잊어지겠는가.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이처럼 잊고 싶은 일이 있거나 증오ㆍ원한ㆍ시샘ㆍ불화를 씻고 싶을 때 그 사연을 적은 종이로 시환처럼 만들어 물에 떠내려 보냈다. 냇가에 사는 사람은 시냇물에. 강가에 사는 사람은 강물에. 바닷가에 사는 사람은 바다에. 무당들이 불행이나 병환을 낫게 할 목적으로 그 액살을 적어놓은 부적을 작은 배에 실어 냇가나 강가, 바닷가에서 떠내려 보내는 것도 같은 이치에서였다. 감옥소에서 나온 자식을 냇가나 강가에 데려다가 발을 씻게 하는 행위라든가, 죽을 때도 흐르는 물에 몸을 던져 죽는 것도 같은 생각에서다.

   이처럼 우리에게 있어 ‘흐르는 물’은 감정적인 것, 정신적인 것, 심지어 생명까지도 씻어 없애고 썩어 문드러지게 하는 정화작용을 했다. 세월을 ‘흐르는 물’이란 뜻으로 유수(流水)와 같다고 했다. 그 무엇이건 ‘흐르는 물’에 버리면 흘러 사라지고 썩어 문드러진다는 것이 한국인들의 전통적 사상이었다.
http://garosu.nayana.co.kr/cgi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