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뼈
洪 海 里
물이 절벽을 뛰어내리는 것은
목숨 있는 것들을 세우기 위해서다
폭포의 흰 치맛자락 속에는
거슬러 오르는 연어 떼가 있다
길바닥에 던져진 바랭이나 달개비도
비가 오면 꼿꼿이 몸을 세우듯
빈 자리가 다 차면 주저없이 흘러내릴 뿐
물이 무리하는 법은 없다
생명을 세우는 것은 단단한 뼈가 아니라
물이 만드는 부드러운 뼈다
내 몸에 물이 가득 차야 너에게 웃음을 주고
영원으로 가는 길을 뚫는다
막지 마라
물은 갈 길을 갈 뿐이다.
- 시집『황금감옥』(2008, 우리글)
'시집『황금감옥』2008'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월 (0) | 2008.04.29 |
---|---|
능소화 (0) | 2008.04.29 |
미루나무 (0) | 2008.04.29 |
시를 먹다 (0) | 2008.04.29 |
<시> 복사꽃 그늘에서 (0) | 2008.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