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황금감옥』2008

물의 뼈

洪 海 里 2008. 4. 29. 12:14

물의 뼈

 

洪 海 里

 


물이 절벽을 뛰어내리는 것은
목숨 있는 것들을 세우기 위해서다


폭포의 흰 치맛자락 속에는
거슬러 오르는 연어 떼가 있다


길바닥에 던져진 바랭이나 달개비도
비가 오면 꼿꼿이 몸을 세우듯


빈 자리가 다 차면 주저없이 흘러내릴 뿐
물이 무리하는 법은 없다


생명을 세우는 것은 단단한 뼈가 아니라
물이 만드는 부드러운 뼈다


내 몸에 물이 가득 차야 너에게 웃음을 주고
영원으로 가는 길을 뚫는다


막지 마라
물은 갈 길을 갈 뿐이다.

 

- 시집『황금감옥』(2008, 우리글)

'시집『황금감옥』2008'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월  (0) 2008.04.29
능소화  (0) 2008.04.29
미루나무  (0) 2008.04.29
시를 먹다  (0) 2008.04.29
<시> 복사꽃 그늘에서  (0) 2008.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