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황금감옥』2008

<시> 몸

洪 海 里 2008. 4. 29. 12:19



洪 海 里

 


씨앗 하나 빌려 지은 작은 집
조금씩 늘이고 늘려가며 살다 보면
조금씩 흔들리고 기울기 마련이지만
지붕이 헐어 물이 새고
틈새로 세월의 새가 날아가고 있다
비바람 눈보라 들이치는 문짝
구멍 난 벽마다 쥐들이 드나들고
기둥도 오래 되어 좀먹고 내려앉았다
수도관 가스관 모두 녹슬어
막히고 터지고
물이고 가스고 새는 것 천지
난방도 안 되고 냉방도 안 되는,
가구들도 색이 바래고
지붕에도 벽에도 저승꽃이 피는 집
나무 향이 은은히 번지고
쓸고 닦고 문질러 윤이 나던 때도 있었지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고
저절로 줄어든 크기와 높이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흔들리는 무게의
바람든 빈집
집 보러 오는 이 하나 없는,

 

* 원제는 '몸에 관하여'였으나 시집에 넣으면서 개제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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