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우이동 시인들> 제18집 합작시「우이동단풍시제」

洪 海 里 2008. 7. 7. 14:25

<우이동 시인들> 제18집『세상의 모든 적들』

 

合作詩

 

牛耳洞丹楓詩祭

 

시월 상달 삼각산 자락 滿山紅葉 단풍밭에

시쟁이, 풍각쟁이, 그림쟁이, 춤쟁이들

천지신명께 잔을 들어 비옵나니

시 사랑, 예술 사랑, 생명 사랑, 자연 사랑

 

살아서 사랑밖에 할 일이 있나

너 한잔 나 한잔 단풍잎 한잔

한 해를 살아도 붉게 물든 詩心아

겨울에도 더운 물감 흙 속까지 물들여라

 

단풍아, 북한산 단풍아

시로 노래하며, 시로 춤을 추며

너의 진홍빛 뺨과 입술보다

더욱 붉게 불타는 가슴들을 보렴

서울에서 제일 별나게 노는 사람들 좀 보렴

 

에라 萬壽야 에라 大臣이야

만산홍엽 잔치집에 모인 손님들

시쟁이들 하늘 보고 한잔 술에 젖어 있고

풍각쟁이 바람 잡아 천지를 켜고 있네

그림쟁이 붓잡아 휘둘러 대니

춤판이네, 춤세상 어우러진 속에

눈나라가 보이네, 오색찬란 눈보라야!

 

 

*이번 합작시의 주제는 「우이동단풍시제」이다. 해마다 시월 상달이면 북한

산에 올라 단풍시제를 열어 오고 있다. 온산이 만산홍엽, 천지가 총천연색. 그야

말로 만화경이다. 들녘은 황금빛으로 무겁게 빛난다.

 그런 속에서 좋은 날 하루를 잡아 시인, 화가, 음악인 들이 모여 천지신명께 제

를 올리고 한때를 즐기고 있다. 바람에 날리는 낙엽이 춤추며 회오리치는 가운

데 술과 춤과 노래로 어우러지는 그야말로 풍류다.

 이번에는 임 보, 이생진, 채희문, 홍해리의 순서로 단풍시제를 그려 보았다.

 우리들은 앞으로도 나무와 눈을 맞추고 산과, 하늘과, 물소리와, 풀잎과도 눈

맞춤을 계속하며 살아갈 것이다. <海>

 (『세상의 모든 적들』작가정신, 1995, 값 3,000원)